빚 줄이고 생활비 지원까지…“금융 복합지원 덕분에 재활치료 시작”
채무조정에 기초수급·취업제도 연계
“구직 제도 소개받아 수당 받으며 취준”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알려준 덕분에 그동안 받지 못했던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식자재 유통업을 하던 A(56) 씨는 19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2024년 사고로 오른팔을 크게 다치며 일자리를 잃었다. 후유증으로 일을 쉬는 기간이 길어지자 병원비와 생활비가 쌓였고 갚아야 할 빚은 6000만 원까지 불어났다.
A 씨가 지난해 12월 신복위를 찾은 이유는 채무조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담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지원을 안내받았다. 상담원이 A 씨에게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행정복지센터 방문을 권한 것이다. 이후 A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현재 월 120만 원가량을 지원받고 있다.
A 씨는 “지원금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예전에는 빚이 밀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채무도 정리됐고 생활비 지원도 받게 돼 어떻게 갚아나갈지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채무 부담도 크게 낮아졌다. A 씨의 빚은 개인 워크아웃을 통해 절반가량 조정됐고 앞으로 8년간 월 35만 원씩 상환할 예정이다. A 씨는 “올해까지는 몸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내년부터 다시 일을 시작해 4~5년 안에 빠르게 완납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A 씨처럼 신복위나 서민금융진흥원 상담 창구를 찾았다가 복지·고용 지원까지 연계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복합지원 서비스는 채무조정이나 서민금융 상담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필요한 금융·고용·복지 제도를 찾아 관련 기관으로 연결해주는 제도다. 공공 마이데이터 등을 통해 소득·재직 이력 등을 확인하고 이용자 상황에 맞는 제도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연계 대상은 다양하다. 금융 지원이 필요한 경우 신복위의 채무조정, 서금원의 서민금융상품 등으로 연결하고 생계·주거 지원이 필요한 경우 행정복지센터의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긴급복지지원제도 등을 안내한다. 취업이 필요한 이용자에게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국민취업지원제도, 국민내일배움카드 등 구직 제도도 소개한다.
30대 B 씨는 채무조정 과정에서 고용 지원을 함께 받은 사례다. 약 2000만 원의 채무가 있던 B 씨는 실직 상태로 안정적인 상환이 어려웠다. 신복위는 B 씨의 채무조정을 접수하면서 저소득 구직자 등에게 구직촉진수당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안내했다. 이후 B 씨는 지원 대상으로 선발돼 매월 50만 원을 받으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B 씨의 채무도 개인 워크아웃을 통해 약 1000만 원으로 줄었다. 월 상환액은 10만여 원으로 낮아졌고 8년에 걸쳐 갚아나갈 예정이다. B 씨는 “독촉과 추심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안정적으로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생겼다”며 “일상에서의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신복위가 복합지원 연계에 나서는 것은 채무조정만으로는 취약 차주의 재기를 돕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채무조정 이용자 상당수는 실직, 질병, 주거 불안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함께 겪는다. 상환액이 줄어도 당장 생계나 치료, 구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연계 인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신복위의 복합지원 연계 인원은 2023년 2만 8240명에서 2024년 4만 4164명으로 증가했고 2025년에는 8만 3880명까지 확대됐다. 3년 새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성과는 재연체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말 기준 채무조정 지원만 받은 이용자 중 3회 이상 채무조정을 연체한 비중은 12.0%였다. 반면 복합지원 이용자의 3회 이상 연체자 비중은 7.7%로 더 낮았다. 채무조정과 복지·고용 지원을 함께 받을 경우 생계 기반을 마련할 가능성이 커져 상환 지속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A 씨는 자신처럼 지원 대상인지 몰라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빚이 있다고 해서 도망가거나 포기하기보다 신용회복이든 개인회생이든 방법을 찾아봤으면 한다”며 “이런 제도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닿길 바란다”고 했다.
도혜원 기자 dohye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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