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데이' 도대체 누가 기획했나...스벅 사태에 정용진 '멸공'까지 재소환

최나실 2026. 5. 20.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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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해임·정 회장 사과에도 여파 계속
"윗선서 왜 못 걸렀나" 내부 시스템 구멍
과도한 굿즈·프로모션 등도 원인 꼽혀
"정 회장 기획이냐" 역사 인식도 도마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물의를 일으킨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에 대해 직접 사과한 19일 서울 중구의 스타벅스 앞으로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 데이' 마케팅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과와 대표 경질에도 불구하고 더욱 타오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실무자 개인의 일탈이나 실수로 보기 어렵고 조직 전반의 의사결정 시스템상 허점과 역사 인식 부재, 굿즈 마케팅에 힘써 온 경영 전략이 맞물리며 벌어진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회장은 19일 오전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던 어제(18일) 스타벅스코리아가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을 진행했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오신 모든 분들의 고통과 희생을 가볍게 여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텀블러 할인 판매 이벤트 화면. 18일 '탱크'라는 이름의 텀블러를 판매하면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표현을 사용했는데,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조롱하는 듯한 표현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커졌다. 스타벅스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전날 스타벅스는 탱크 텀블러 프로모션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만행을 떠올리게 하는 '탱크데이'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책상에 탁' 문구를 써 거센 비판을 받았다. 스타벅스는 사태가 커지자 1차 사과문, 손정현 대표 명의 2차 사과문을 내며 수습에 나섰다. 급기야 정 회장은 손 대표와 기획 담당 상무를 경질했다. 하지만 "막장 행태"(이재명 대통령), "역사적 비극을 도구로 삼은 천박한 상업주의"(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후폭풍이 이어졌다.

이번 사태를 부른 1차 원인으로는 '무너진 내부 검수 시스템'이 지목된다. 스타벅스 같은 대형 브랜드에서는 통상 실무자가 콘텐츠 초안을 만들어도 상급자나 유관 부서의 사전 검토 및 승인을 거친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실무자는 역사의식이 미비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 용어에 대한 문제의식이 떨어진다 해도 이를 윗선이 못 거른 게 문제"라고 말했다. 탱크데이 프로모션 실무 담당자는 디지털마케팅 담당인 이커머스팀 소속으로 전해졌으나 스타벅스 측은 문제의 콘텐츠 제작·검수에 관여한 인원과 직급 등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스타벅스가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몇 년 사이 본업인 커피나 식음료보다도 'e프리퀀시' 마케팅, 협업 굿즈 같은 프로모션에 치중한 것도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꼽힌다. 1년에도 수백여 건의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제대로 된 내부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는 스타벅스 굿즈 매출 비중을 전체의 10%, 연간 약 3,000억 원 규모로 추정한다. 2022년 발암 물질이 검출된 서머 캐리백 굿즈, 지난해 미니 가습기 리콜 사태 등 '스벅 굿즈 논란'은 잊을 만하면 재발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이번 사태로 과거 정 회장의 '멸공' 발언 등까지 재소환되면서 그룹 전반의 역사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멸공 멸공하더니 밑에 사람들도 따라간다" "일베벅스 불매" 같은 격한 반응도 감지된다.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 회장의 '멸콩' 파문, 세월호 방명록 문구 조롱 사건 등을 언급하며 "이번 행사는 정 회장 기획 작품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온라인에서는 스타벅스 텀블러나 머그 등을 부수는 영상이 속속 올라오는 등 불매 움직임이 확산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스타벅스를 넘어 그룹 전반으로 옮겨붙는 상황을 우려한 신세계그룹은 △사태 발생 경위와 승인 절차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공개 △전 계열사 마케팅 콘텐츠 검수 과정 재점검 △엄격한 역사의식과 윤리 기준 정립을 위한 본인과 임직원 대상 교육을 약속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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