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국대에게서 유상철의 향기가…‘홍명보호 깜짝 발탁’ 강원 수비수 이기혁

김세훈 기자 2026. 5. 2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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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강원 이기혁 | 프로축구연맹 제공. 故 유상철 선수의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모습.
울산 유스 출신에도 프로직행 좌절
대학 재학 중 수원FC 입단 프로행
재작년 강원 이적 뒤 기량 급성장
수비형 MF·중앙-측면 수비까지 OK
홍감독도 ‘멀티 능력’ 발탁 배경 꼽아

북중미 월드컵에 나설 한국남자축구대표선수 중 최고 깜짝 발탁은 강원 수비수 이기혁(26)이다. 이기혁의 A매치 전적은 1경기뿐이다. 연령대별 대표팀에도 뽑힌 전력이 거의 없다. 2021년 9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대표팀 아시안컵 예선 훈련 명단에 포함된 게 전부다. 국제무대에서, 아니 그보다 국내무대에서조차 무명에 가까운 그가 어떻게 월드컵 무대를 밟은 선수가 됐을까. 비결은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찾아온 기회를 한껏 살렸기 때문이다.

이기혁은 울산 HD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했다. 현대중과 현대고를 거쳤지만 프로 직행은 하지 못했고 울산대학교에 갔다. 그의 원래 포지션은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이기혁은 울산대 재학시절인 2021년 수원FC에 입단했다. 당시 사령탑 김도균 감독은 22세 이하 자원으로 이기혁을 제한적으로 썼다. 두 시즌 동안 35경기를 뛴 이기혁은 제주에서 한시즌을 소화한 뒤 2024년 강원으로 이적했다. 이기혁은 강원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번갈아 봤고 202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비수로 활동했다.

수비수로서 장점이 많았다. 미드필더 출신이라서 패스는 기본적으로 수준급이다. 발도 무척 빨라 1대1 대인마크, 커버 플레이가 좋다. 다소 약한 몸싸움도 지금은 지독할 정도로 강해졌다. 좀처럼 넘어지지 않고 어떻게 해든 볼을 먼저 처리하는 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강원에서 2년 반 동안 무려 80경기를 소화했다. 김병지 강원 대표는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수비수, 측면 수비수 등 수비요원 삼각형 자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며 “2002년 월드컵 4강 멤버 유상철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기혁의 가장 큰 단점은 큰 실수를 가끔씩 한다는 것이었다.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조금 더 좋은 상황에서 볼을 패스하려고 하다가 볼을 빼앗기는 경우가 그랬다. 그래서 포지션을 수비수로 한단계 아래로 내렸고 그게 단점은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의 한수’가 됐다.

이기혁은 센터백, 레프트백, 중앙 미드필더 모두 가능하다. 대표팀에서는 중앙 스토퍼 또는 측면 수비수로 뛸 가능성이 높다. 물론 스리백 또는 포백 중앙 수비수도 가능하지만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박진섭(저장) 등이 있어 쉽지는 않다. 이기혁은 압박을 벗겨내며 전진 패스를 찔러 넣는 기술도 괜찮다. 한국 대표팀이 수비에서 역습을 할 경우 전반으로 단번에 찔러주는 패스를 할 수비수 중 하나로 손색이 없다. 홍명보 감독은 최종명단을 발표할 때 그를 두고 “중앙 수비수, 미드필더, 왼쪽 풀백까지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비에서는 어느 포지션이든 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기혁은 현재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사전 캠프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이기혁은 출국에 앞서 “아버지께서 오히려 들뜨지 않고 ‘실수하지 말아라’고 집중적으로 말해주셨다”며 “긴장하지 않고 제 100%를 모두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에서도 공격포인트보다는 수비수로서의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게 잘 되면 장점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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