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받고 한국에서 북한 응원?’ 응원단장이 밝힌 진실과 소신···“비판은 수용하나 불필요한 갈등 부추기는 건 아쉬워” [이근승의 믹스트존]
한국 여자 축구가 대한민국 이슈의 중심에 섰다.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때보다 더 큰 이목이 쏠린다. 그런데 축구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정치가 스포츠를 또다시 이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까닭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 겸직)는 5월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지는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 수원 FC 위민과 북한 여자 축구 클럽 팀인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의 맞대결에서 공동 응원단 단장을 맡았다. 각 국가를 대표하는 클럽이 맞붙는 클럽대항전에서 양 팀을 공동 응원하는 응원단을 꾸리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축구계의 시선이 냉소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정 대표는 1999년부터 남북의 화해와 협력, 평화를 위해 힘쓰는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흥미진진 오싹 핵의 세계사>, <달라진 김정은, 돌아온 트럼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 <한반도 평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건> 등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공동 응원단장을 맡아 축구계에선 이례적인 공동 응원에 나서는 이유가 궁금했다.
덧붙여 스포츠가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분위기를 만든 적은 있으나 결국엔 도돌이표라는 역사를 왜 계속 반복해야만 하는지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MK스포츠’가 19일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평화네트워크 사무실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1999년 9월이었습니다. 몇몇 지인과 평화네트워크란 평화 운동 단체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장기 집권해 오고 있습니다(웃음). 5년 전부턴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소속 기관인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도 겸직하고 있어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저는 한반도만 연구하고 다루지 않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이 끊이질 않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이번에 응원단장을 맡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내고향이 방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공동 응원단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단장까지 맡게 됐습니다. 2018년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속된 말로 ‘남북 관계가 이대로 가면 진짜 폭망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죠. 저는 이와 같은 경고를 꾸준히 해왔습니다. 덧붙여 얘기하자면, 저는 평론가가 아닙니다. 시민의 참여와 지원으로 시민운동을 하고 있어요. 앞을 내다보고 경고만 해선 안 되지 않습니까.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던 중 스포츠가 눈에 들어왔어요.
Q. 이유가 있습니까.
국제 스포츠 대회를 보면,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이 모두 출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이나 조선에서 열리는 대회에 양측이 참가할 때도 있죠. 그런 부분에 주목하고자 했습니다. 관계가 냉랭해 있을 땐 스포츠 대회가 아이스브레이킹 역할을 해 줄 수 있거든요. 지난 3월 호주에서 AFC 여자 아시안컵이 열리지 않았습니까. 이 대회에 한국과 조선이 모두 참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국 시민, 호주에 계신 동포들과 공동 응원단을 조직해서 현장에 다녀왔어요. 공동 응원을 펼쳤죠.
Q. 호주 왕복 비용만 해도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호주 아시안컵 현장 응원의 모든 비용은 자비로 썼습니다. 남북이 평화의 길로 나아가길 바라면서 말이죠. 이후 수원에서 올 시즌 AWCL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열린다는 걸 알았고, 남북 맞대결까지 성사됐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우리의 바람을 계속해서 실현해 나가보자’ 한 거죠. 스포츠가 땀과 노력을 기반으로 치열한 대결을 벌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우의와 평화를 다지고자 하는 정신이 있잖아요.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살리고 구현하는 데 힘을 더하고 싶습니다.

호주 아시안컵을 현장에서 보면서 놀랐던 게 있습니다. 호주 여자 축구 인기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한국이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국 호주와 맞붙었었거든요. 6만 명 이상의 관중이 현장을 찾았습니다. 우린 4,500명 정도의 응원단을 꾸려서 홈 팀 호주 팬들에 맞서 열렬히 응원했죠. 경기 후엔 우리 선수들이 응원단에 감사를 표했고, 응원단도 개최국 호주를 맞아 극적인 3-3 무승부를 기록한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이번 공동 응원을 앞선 호주 아시안컵 응원의 연장선상으로 봐주셨으면 한다는 거예요.
Q. 연장선상으로 봐달라?
우리가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내고향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하니까 나서는 게 아닙니다. 물론, 그런 시선과 비판 존중합니다.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린 자비로 호주를 다녀왔고, 9월 일본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 내년 7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여자 월드컵 등의 원정 응원 계획을 잡아둔 상태예요. 내년 8월엔 충청권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예정되어 있고, 2028년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이 열립니다. 같은 해 평양에선 아시아 탁구 선수권 대회가 열리고요. 조선이 메이저 탁구 대회를 유치하는 게 무려 49년 만입니다. 우린 스포츠를 즐기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고민하며 계획하고 있어요.



저도 솔직히 아쉽습니다. 조선이 한국을 완전히 다른 국가로 취급하고,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한다고 하더라도 스포츠이지 않습니까. 내고향 선수단을 위해 인천국제공항까지 발걸음 한 우리 국민에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라도 해줬으면 한 게 솔직한 바람이었죠. 또 양 팀 선수들이 같은 호텔에 묵으면서 오며 가며 안부도 묻고 할 수 있었는데 그런 기회가 사라진 것도 아쉽고요. 조선이 거기까진 준비가 안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 부분은 조선의 태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동시에 우리도 한 가지를 생각해 봤으면 해요.
Q. 어떤?
2024년일 겁니다. 조선과 일본이 도쿄에서 파리 올림픽 여자 축구 아시아 최종 예선을 벌였습니다. 공식 기자회견에 한국 기자도 참석했죠. 여기서 한국 기자가 질문을 던집니다. ‘북한 여자 축구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는 거였어요. 리유일 감독은 이 질문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우린 북한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미안하지만 국호를 정확하게 부르지 않으면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유심히 보면 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이 지점을 우리가 고민해 봐야 해요. 우린 월드컵이나 올림픽 예선, 아시아클럽대항전 등에서 ‘조선’이란 국호를 사용할 준비가 되었느냐는 거죠. 우리가 북한을 조선이라고 칭하며 질문했을 때 저쪽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우리 국민 중엔 조선의 답을 듣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을 거고요. 국호 문제로 조선의 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에요. 제 말이 무조건 맞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호주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조선과 중국의 조별리그 맞대결이었습니다. 우린 이 경기에서도 응원전에 나섰습니다. 그 과정에선 긴 시간 토론이 있었어요. ‘국호를 어떻게 칭할 것이냐’였습니다. 여러 의견이 나왔죠. 다들 동의한 건 ‘조선을 응원하기로 했는데 북한 이겨라를 외칠 순 없지 않으냐’는 것이었습니다. 조선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취지에서 응원에 나선다면, 국제사회에서의 국호를 활용하기로 한 거죠. 조선은 이날 중국에 1-2로 패했습니다. 그런데 조선 선수들은 우리 쪽으로 다가와서 허리 숙여 인사하며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조선 선수단이 호주 동포 사회를 통해서 ‘먼 곳까지 와서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메시지도 전해왔고요. 함께했던 모든 분이 진한 감동과 강렬한 기억을 남긴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더 내고향의 방한 소식을 듣고 ‘이번엔 남과 북을 다 같이 응원하자’고 힘을 모은 겁니다.
Q. AWCL은 아시아 클럽대항전입니다. 국가대항전에서 남북이 맞붙는 것과 조금 다릅니다.
어찌 보면 다행이죠. 국가대항전이었다면, 앞에서 언급한 일들이 반복됐을 겁니다. 클럽 팀 간의 맞대결이기 때문에 그런 부담이나 걱정은 조금 덜하지 않나 싶어요. 다만, 이번 AWCL에서의 맞대결을 계기로 국호 호칭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정치와 스포츠의 관계가 참 그렇습니다(웃음). 맞습니다. 세계 역사를 봐도 스포츠를 통해 적대관계를 완화하고, 개선한 사례가 많진 않습니다. 다만, 이번 공동 응원은 과거의 사례들과 많은 부분에서 다른 점이 있어요.
Q. 어떻게 다릅니까.
먼저, 흐름을 짚어야 합니다. 조선은 두 국가론을 주장합니다. 우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죠. 평행선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AWCL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한국에서 열립니다. 한국과 조선이 모두 참가하고요. 저는 내고향의 한국 방문 자체를 남북 긴장 완화의 결과라고 봐요. 불과 몇 년 전처럼 오물 풍선을 날리고, 확성기 방송을 이어가면서 적대적인 긴장이 유지됐다면, 내고향은 한국에서 열리는 AWCL 토너먼트에 참여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또 하나, 이번 내고향의 방한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게 있습니다.
Q. 어떤 부분이죠?
내고향 선수단은 이번에 한국에 들어오면서 방문증명서가 아닌 조선 여권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이든 조선이든 이전까지 서로의 국가를 오갈 일이 있을 땐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아서 사용했어요. 비자를 발급받고, 여권을 제시해서 들어온 게 이번이 처음이라는 겁니다. 조선은 지난 3월 헌법 영토 조항 등을 고쳐서 한국을 별개의 국가로 선언했습니다. 통일의 개념을 삭제한 거예요. 우리는 여전히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토대로 한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잠정적 특수관계’를 앞세우고 있지만, 이번엔 서로의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배려한 것으로 판단돼요. 갈등으로 불거질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의도도 보이고요. 저는 이 또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Q. 하지만, 축구계를 비롯한 여론은 의미가 있다고 한들 의문을 던집니다. 가장 큰 의문점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공동 응원을 진행하는 것이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예단하긴 어렵습니다. 조선은 이제 한국을 하나의 국가로 봐요. 한민족, 동포의 개념을 공식적으로 지웠습니다. 다만, 우린 조금 다르지 않습니까. 여전히 대다수 국민은 동포애를 갖고 있다고 봐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AWCL 준결승전을 향한 관심이 이토록 커진 데는 동포애의 감정 또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요. 저를 비롯한 공동 응원에 나서는 이들이 바라는 건 하나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것. 그것뿐이에요.

축구계의 비판적 시선을 전적으로 존중합니다. 수원 FC 위민 서포터스를 비롯한 팬들은 우리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할 겁니다. 그 또한 존중하고 지지해요. 다만,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서포터스에 여러 차례 전달했습니다. 서포터스를 존중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조금 다르다는 겁니다. 200여 개의 민간단체가 오랫동안 남북 사이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린 오랜 냉각기를 지나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 힘과 메시지가 제아무리 작더라도 남북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관계 개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쓰고 싶은 겁니다. 우리의 이런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우리의 모임, 취지가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닙니다. 절대 아니에요. 다만, 그런 생각과 취지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많은 축구 팬의 비판적인 시선, 안타까움 등은 충분히 유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이해를 구하는 거예요.
Q. 최근 공동 응원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바로 잡고 싶은 게 있으신 듯한데요.
많은 언론이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공동 응원에 나서는 민간단체들이 정부로부터 3억 원을 지원받는다는 겁니다. 그리고선 우리가 내고향만을 응원할 것이란 듯이 얘기합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리는 건 우린 ‘공동 응원’입니다. 명칭을 보시면, 수원 FC 위민이 앞에 있어요. 민간단체들은 시민의 참여와 지원을 통해 활동합니다. 그런데 우리 팀을 배제하고 상대만 응원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우린 기본적으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겠다는 취지를 이번에도 반영하는 거고요.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우리가 내고향만 응원한다는 것 같아요. 이는 사실 관계가 틀린 것일 뿐 아니라 우리가 응원할 수원 FC 위민 선수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여러 차례 견해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 3억 원을 집행한 것을 두고선 얼마든지 비판하실 수 있다고 봐요.
Q. 비판을 수용한다는 뜻입니까.
시각에 따라서 비판의 목소리가 충분히 나올 수 있죠. 우리 민간단체들도 그런 비판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이번 공동 응원단 구성이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진행되면서 유념하지 못했던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내부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요. 다만,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이라는 건 남북의 화해와 협력, 교류를 위해 존재합니다. 공동 응원단 구성이 그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을 내렸기에 지원금이 내려온 거고요.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민간단체가 3억 원을 직접적으로 지원받는 건 아니에요. 이 기금은 티켓값, 응원 관련 비용으로 철저하게 쓰입니다. 남북 교류지원협회 행정 비용으로도 쓰이고요. 일각에선 이번 AWCL을 통해 민간단체가 한몫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더라고요. 이 또한 사실이 아니란 걸 말씀드립니다. 한 번 더 말씀드립니다만, 공동 응원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나온 비판적인 목소리에 대해선 충분히 수용하고, 자성해야 할 부분은 자성하겠습니다.
Q. 개인적인 질문을 해볼게요. 남북의 평화를 위해 오랜 시간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어렵고 힘든 일 아닙니까. 이 길을 30년 가까이 걷고 있는데 참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즐기려고 합니다(웃음). 남북 관계는 진통 없이 좋아질 수 없습니다. 진통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2018년 평창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 때 논란과 갈등이 크게 불거지지 않았습니까.



정당한 문제 제기였다고 봅니다. 우리 선수들이 흘린 땀과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했습니다. 우리가 대의를 앞세우면서 그런 문제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많이 했죠. 다만, 그때와 이번 공동 응원은 완전히 다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우리가 공동 응원에 나선다고 해서 수원 FC 위민에 불이익이 가는 건 아니거든요.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요. 앞서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우린 내고향만을 응원하는 게 아닙니다. 수원 FC 위민을 응원하면서 내고향도 응원하는 거예요. 이번에 응원단을 꾸리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이와 같은 문제를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다시 한 번 깊은 고민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그게 숙제인 것 같아요.
Q. 공동 응원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의 소통은 원활했던 겁니까.
내고향의 방한이 5월 4일 확정됐죠. 준비할 시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촉박했어요. 소통은 그 전부터 했습니다. 내고향이 방한한다고 하면, 민간단체에선 공동 응원단을 조직하겠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죠. 정부에선 공동 응원단이 조직되면 협력할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얘기를 해줬고요. 협력은 원활하게 이루어진 듯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와 민간단체 실무자들이 굉장히 애를 먹고 있긴 해요. 앞서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깊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던 게 사실이고요. 반성할 건 반성하고, 개선할 건 개선해야 합니다. 추후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 더 고민해야 하고요. 개인적으론 더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응원단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Q. 수원 FC 위민 서포터스와도 소통이 이뤄졌습니까.
제가 직접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뜻을 이루진 못했습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른 데서 오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우리 쪽에선 실무자 한 분이 수원 FC 위민 서포터스와 소통을 이어왔습니다. 일부 언론에선 수원 FC 위민 서포터스와 사전 협의도 없이 공동 응원단을 결성했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바로잡고 싶은 게 있는데요. 우린 수원 FC 위민 서포터스와 목적이 달라요. 수원 FC 위민 서포터스는 말 그대로 수원 FC 위민의 승리를 위해 응원하는 팬들입니다. 우린 승패보단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바라며 수원 FC 위민, 내고향 모두를 응원하는 거고요. 그런 우리가 수원 FC 위민 서포터스에 ‘우리 공동 응원 같이합시다’라고 할 순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제안한다면, 그거야말로 수원 FC 위민 서포터스를 존중하지 않고 결례를 범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수원 FC 위민 서포터스에 말씀드린 건 ‘우린 공동 응원단을 구성해서 공동 응원에 나서겠다’는 거였습니다. 함께 하자는 제안이 아닌 우리의 입장과 목적을 말씀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봤어요. 우리의 생각이나 방향성이 무조건 옳다는 게 아닙니다. 서로의 생각이 조금 다를 수 있고, 이해를 해 달라는 거예요.
Q. 이번에 공동 응원이 이루어지고 나면 남북 관계에 변화가 있을까요.
그건 별개입니다. 조선의 입장 변화가 필요해요. 우리도 입장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논의해야 하고요. 개인적인 생각을 물으신다면, 우리도 조선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봐요. 가야 할 길이 멉니다. 험하고요. 선민후관(先民後官)의 정신이 중요하지 않겠느냔 생각도 합니다.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우리 사회에서 북한이란 존재는 지금도 과잉 소비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조선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져요. 하루아침에 바뀌긴 어렵겠지만, 고민하고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입니다.

별도의 인터뷰를 진행해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조선은 단념한 것 같아요. 체념한 겁니다. 조선은 한국을 ‘근본적으로 흡수 통일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 없는 상대’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게 앞서 말씀드린 지난 3월 조선의 헌법 개정으로 나타난 거고요. 대한민국은 분단 이후 엄청난 변화를 겪었습니다. 우린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다고 봐도 문제가 없잖아요. 그런데 유독 남북 관계엔 변화가 없습니다. 호칭에서부터 모든 부분이 안 바뀌었어요. 우리의 영토 조항은 1948년 제헌 헌법 때와 토씨 하나 바뀌지 않았습니다. UN 회원국 중 다른 UN 회원국의 영토를 헌법에 자국의 영토로 명시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그것에 근거해서 북한 정권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도 바뀐 것 하나 없고요. 흡수 통일에 대한 의지, 군사, 행정적 계획 등도 변화가 없죠. 저쪽은 그래서 체념한 거예요. ‘우린 우리가 알아서 살란다’라는 생각인 거죠.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 정책이 크게 바뀌면서 결국엔 제자리만 맴돌았습니다.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불편할 수 있는 질문들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Q. 체육계의 시선에서 마지막 질문을 드립니다. 대한민국에서 스포츠는 정치와 분리될 수 있습니까.
그러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특히, 남북 관계에 있어서 정치와 스포츠가 분리되길 희망합니다. 그러려면 남북의 관계가 조금씩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럴 때 스포츠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조선 팀이 방한하는 것이 8년 만이라고 합니다. 정상적인 이웃 관계라면 8년 동안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겠죠.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이 계속해서 존재하는 한 스포츠는 안타깝게도 정치에 철저히 종속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스포츠의 탈정치화를 위해서라도 남북 관계는 개선되어야 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망원=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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