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간의 존엄을 되찾자” 교황의 고민 담은 회칙 곧 발표

교황 레오 14세가 25일 인공지능(AI) 윤리와 인간 존엄을 주제로 한 회칙(回勅)인 ‘위대한 인간성(Magnifica Humanitas)’을 발표한다. 지난해 5월 즉위한 교황이 AI와 인간 존엄과 관련해 내는 첫 회칙이다. 회칙은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신자와 주교들에게 전하는 최고 권위의 사목 교서로 권고·담화·연설·강론보다 구속력이 강하다. 가톨릭 교리뿐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 문제도 주제로 삼는다.
교황청은 18일 ‘위대한 인간성’의 발표를 예고하면서 “AI 시대에 인간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다룰 것”이라고 했다. 회칙은 자본주의와 노동·정의·평화의 관점에서 AI 개발과 활용의 윤리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란·우크라이나 전장(戰場)에 AI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의 회칙 발표 행사엔 AI 기업 앤스로픽의 크리스토퍼 올라 공동 창업자가 참석한다. 올라는 현재 앤스로픽에서 AI의 내부 작동 원리를 규명하는 ‘해석 가능성’ 분야의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그의 연구가 AI의 안전한 통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교황의 AI 회칙과 같은 방향성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앤스로픽은 자사 기술을 군사 분야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교황이 회칙에 서명한 15일은 교황 레오 13세(재위 1878~1903)가 산업혁명 시기 노동자의 권리와 자본주의 한계 등을 지적한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가 공표된 지 13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교황은 지난해 선출 직후 인간 존엄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를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자신의 즉위명을 레오 14세로 선택한 바 있다.
교황은 지난 12일 교황청 내 AI 위원회를 설립하라는 문서에도 서명했다. AI 위원회에는 바티칸의 전인적인간발전촉진부·신앙교리부·문화교육부·홍보부·교황청·과학학술원·교황청 생물학술원·교황청 사회과학학술원 등 7개 기관이 참여한다. 교황청은 “수십 년간 AI가 발전하며 그 사용 범위 역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며 “이 상황이 인류 전체에 미치는 영향, 모든 인간의 존엄에 대한 교황의 관심을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교황은 사제가 되기 전 미국 빌라노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즉위 이전부터 AI에 대한 문제 의식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AI가 전쟁에서 활용되는 현실을 비판하며 “AI와 첨단 무기 투자가 세계를 파멸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며 “AI 때문에 인간의 책임이 면제되선 안 된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3월 미국의 이란 공습 초기 175명 사망자가 나온 초등학교 오폭의 원인이 AI의 잘못된 표적 설정으로 드러난 상황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됐다. 교황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레바논, 이란 등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쟁과 신기술의 관계가 절멸의 악순환 속에서 비인간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교황은 지난해에도 “가톨릭교회는 인간 존엄성과 정의, 노동에 대한 AI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 교리라는 ‘보물 창고’를 세계에 제시할 책임이 있다” “AI를 이기적인 이익을 위해 오용하거나 갈등과 공격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 같은 발언으로 AI를 남용하는 세태를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역대 교황들은 회칙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기후 변화의 위기를 경고하고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했다. 냉전 시기 재임했던 요한 23세는 1963년 핵실험 금지와 군비 경쟁 축소를 호소한 ‘지상의 평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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