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vs 이창호, AI와 복식조 대국 벌인다
21일 ALC 특별 바둑, TV조선 중계
인간 고수와 AI가 번갈아 한 수씩
예측 불가능한 ‘팀워크’가 포인트
조훈현 “AI와 팀은 처음, 기대된다”
이창호 “정답 없는 바둑 묘미 선사”


가로세로 열아홉 줄이 교차하는 반상(盤上)에서 무궁무진한 변화를 만드는 바둑은 인간의 위대한 정신 능력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체스는 사람이 컴퓨터에 져도 바둑만큼은 아닐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2016년 AI(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등장하면서 바둑의 위상은 ‘예술의 경지’가 아닌 ‘아주 복잡한 연산의 결과물’로 내려앉았다. 이후 10년간 AI가 더욱 진화하면서 바둑으로 AI를 이길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사라졌다.
이제 바둑계에서 AI는 넘어서야 할 승부의 대상이 아니다. 세계 최상위 기사(棋士)도 두 점 내지 석 점을 깔고 둘 정도로 실력 차가 현격하다. 그렇다면 인간 최고수와 인공지능(AI)이 한 팀이 돼 번갈아 바둑을 두면 어떤 국면이 연출될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특별한 한 판이 제17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펼쳐진다. 21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 에메랄드 홀에서 열리는 ‘알파고 10년 특별 대국: 인간과 AI가 함께 쓰는 바둑의 역사’ 세션이 바둑계는 물론 최첨단 테크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알파고 등장 이전, 각자의 방식으로 세계 바둑계를 평정한 스승 조훈현(73) 9단과 제자 이창호(51) 9단이 바둑 AI ‘카타고(KataGo)’와 팀을 이뤄 대국을 펼친다. 대국 방식은 번갈아 공을 치는 탁구 복식 대결과 비슷하다. 이창호가 흑을 쥐고 맨 먼저 착수하면 조훈현이 백으로 응수한다. 이창호와 한 팀인 AI ‘카타고A’가 흑으로 세 번째 수를 놓으면 다음은 조훈현 팀 AI(카타고B) 차례다. 카타고는 알파고 이후 등장한 바둑 AI 중 현재 최강으로 꼽히는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 프로 기사들이 연구와 훈련용으로 카타고를 쓴다.
이번 대국이 흥미진진한 이유는 같은 팀인 인간 기사와 AI가 서로의 수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훈현·이창호는 AI를 전혀 참고하지 않고, 카타고는 그저 자신의 차례 때 최적의 수를 놓는다. 이처럼 인간과 AI의 ‘예측 불가능한 팀워크’가 첫째 관전 포인트다.
2인 1조로 두는 ‘페어 바둑’에선 일반적으로 실력이 강한 쪽이 약한 파트너를 이끌고, 상대적으로 약한 쪽은 팀메이트의 의도를 읽어내려 애를 쓴다. 하지만 이번 대국에서 카타고는 조훈현·이창호의 착수 의도를 파악하지 않고, 실력에 보조를 맞춰주지도 않는다. ‘신산(神算)’이란 별명의 이창호가 두텁게 끝내기에 들어가려 해도 AI 동료가 다음 수에 대마를 잡겠다며 적진으로 돌격할 수 있다. 조훈현이 특유의 ‘제비 같은 행마’로 공격의 칼을 빼들어도 카타고가 다음 수에 칼끝을 이어간다는 보장이 없다. 박정상 9단은 “AI는 무조건 계산대로 자기 수를 놓을 텐데 조훈현·이창호 사범님이 AI의 생각을 어떻게 파악해서 맞춰가는가가 바둑 팬에게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창호는 “인공지능 초창기 때는 가끔씩 (AI가 놓는 수가) 제 전성기 바둑과 비슷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AI와 협업하는 포석(布石)’이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예전에는 모양이 좋고 자연스러운 수로 평가받던 정석도 AI가 승률상 손해로 계산하면 폐기되거나 수정됐다. 반대로 과거엔 금기였던 초반 ‘삼삼 침입’ 같은 수는 정수로 바뀌었다. 이번 대국에서 인간이 익숙한 흐름으로 초반에 길을 열어도, AI가 그 포석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비틀 수 있다. 조훈현은 “AI는 답을 알고 수를 놓겠지만, 난 내 감각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한 수의 빈틈과 타개책’이다. 바둑은 어떻게든 실수가 나오는 게임이다. 아무리 유리해도 한 수를 그르치면 판이 뒤집힌다. 인간끼리의 대국이라면 지나갈 수 있는 작은 틈을 AI는 놓치지 않는다. 어떤 국면에서 빈틈이 생기고, 이를 인간과 AI가 어떻게 타개할지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조훈현은 “동료 기사와 페어 바둑을 많이 둬봤지만, AI하고는 처음이라 감이 오지 않는다”면서도 “어떤 대국이 펼쳐질지 기대도 된다”고 했다. 이창호는 알파고 이후 10년간 바둑계의 변화에 대해 “AI와 공존하고 협력하는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AI가 답을 알려준다지만, 정답이 하나일 수 없고 그 끝도 알 수 없는 게 진정한 바둑의 묘미”라고 했다.
박정상과 김여원 캐스터가 대국 현장에서 공개 해설을 진행한다. TV조선 생중계에선 유창혁 9단, 최유진 캐스터, 이주영 전 고등과학원 교수, 문승진 TV조선 기자가 해설한다. 대국 후 조훈현·이창호의 팬 사인회도 열린다.
☞카타고(KataGo)
미국 프로그래머 데이비드 우가 개발 주도한 오픈소스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2019년 2월 처음 공개됐다. 중국의 절예(絶藝) 등과 함께 현 시점 세계 최강 바둑 AI로 평가된다. 오픈소스로 공개돼 각국 프로 기사들이 포석 연구, 복기, 훈련에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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