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측근 지원” 2조원 기금 만드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세청(IRS)을 상대로 개인 자격으로 제기했던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면서, 조건으로 ‘정치적 목적’에 따라 기소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대규모 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정권에서 표적 수사를 받았다고 트럼프가 주장하는 측근과 지지자들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길이 열린 셈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취하한 소송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개인 자격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실제로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피고인 국세청과 이를 대리하는 법무부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사건 담당 판사는 지난달 “양측 당사자들이 헌법상 소송 요건을 충족할 만큼 충분히 대립적인 관계에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트럼프 측은 판사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제출하라며 양측 변호인에게 제시한 시한을 이틀 앞두고 소송을 취하했다.
◇“표적 수사 피해자 구제” 기금 조성
1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1월 국세청 직원이 자신과 가족의 납세 내역을 언론에 유출했다며 제기했던 100억달러(약 15조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이날 취하했다. 이와 함께 17억7600만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 기금을 세금으로 마련해 ‘반(反)무기화 기금(Anti-Weaponization Fund)’을 조성하기로 국세청 등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민주당 정권이 사법 체계를 무기 삼아 자신과 측근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에 대한 보상을 세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트럼프 본인과 가족은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 규모인 17억7600만달러는 미국 건국 연도인 1776년에서 따왔다.
트럼프 변호인단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지지자들, 그리고 수많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애국자들이 법무부와 국세청을 포함한 민주당 주도 법 집행 기관의 표적이 돼 왔다”고 했다. 법무부도 “정부 기관은 어느 미국인에 대해서도 무기로 쓰여선 안 된다”며 “이전에 저질러진 잘못을 바로잡고 향후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합의의) 의도”라고 했다. 트럼프는 합의 과정에서 2022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수색한 연방수사국(FBI)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대한 러시아 개입 의혹과 관련된 소송도 함께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으로 측근·지지자 지원” 비판
민주당은 트럼프가 기금을 통해 측근과 지지자들을 세금으로 지원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특히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이듬해 1월 6일 의회에 난입했던 극렬 지지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당시 의회에 난입한 이들 중 1600여 명이 경찰 폭행, 무단 침입, 기물 파손, 내란 음모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상당수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사면됐다.
하원 법사위원회 간사인 제이미 래스킨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는 국민 혈세로 ‘1·6 사태’ 당사자인 폭도와 반란자들을 백만장자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어떤 대통령도 법무부를 민주주의 공격에 가담한 이들을 위한 개인적 보상 창구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조치는) 트럼프가 저지른 모든 부패 행위 중에서도 가장 비열한 행위 중 하나”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보상금 지급이 불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합의문에 따르면 보상금 지급 내역은 분기별로 법무부에 보고되고 감사 대상에도 포함되지만, 세부 지급 기록은 비공개로 유지된다. WP는 세부 내역 공개 여부에 대해 법무부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심사 구조를 둘러싼 독립성 논란도 제기된다. 보상금 지급 여부는 법무장관이 임명하는 5인 위원회가 결정하는데, 트럼프가 위원을 교체할 수 있는 최종 권한을 갖고 있어 기금 운영에 대한 외부 견제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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