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종목 86%가 ‘하락·제자리’
서울의 한 공기업에 다니는 양모(30)씨는 최근 주식 계좌를 열어볼 때마다 허탈감이 든다고 했다. 양씨는 “주변에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로 몇백만 원씩 벌었다는 얘기를 하는데, 내 계좌에 담긴 종목들은 그대로거나 더 떨어진 것도 많다”며 “증시는 연일 신고가라는데 나는 전혀 체감이 안 돼서, 내가 대체 뭘 산 건가 싶다”고 했다.
국내 증시가 최근 급격히 상승했지만 실제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대형주만 오르는 ‘쏠림 장세’가 심화되고 있다. 5월 들어 글로벌 금리 상승과 삼성전자 노조 이슈 등 악재에도 반도체주는 전반적으로 상승한 반면, 중소형주와 비주도 업종은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자 간 체감 수익률 격차도 커지는 분위기다.

◇반도체 독주에 중소형주 ‘찬바람’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KRX 지수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KRX SK하이닉스 지수로, 35% 상승했다. 2위 역시 KRX 삼성전자 지수(+21.9%)가 차지했다. 이후 코리아 밸류업 지수(+14.3%), KRX 정보기술(+13.7%), KRX 보험 지수(+13.5%)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건설·철강·금융·콘텐츠·헬스케어 등 대부분 업종 지수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가장 낙폭이 컸던 것은 KRX 건설 지수로, 이달 들어 18.5% 하락했다.
코스피 내에서도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격차는 뚜렷했다. 이달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10.8% 상승했지만 코스피 중형주 지수는 9.1% 하락했고, 소형주 지수도 10.7% 떨어졌다.
지수는 오르지만 실제 체감 수익률은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2875개 가운데 이달 들어 주가가 하락하거나 보합에 머문 종목은 2484개로 전체의 약 86%를 차지했다. 이달 코스피는 8.7% 상승했지만, 코스피 상장사 948개 가운데 약 800개 종목이 하락하거나 제자리였다.
◇반도체 빼면 줄줄이 손실…반대매매 다시 급증
주도주 쏠림이 심화되면서 반대매매 규모도 다시 늘고 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주가 하락으로 담보 비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처럼 특정 주도주만 급등하고 나머지 종목이 부진한 장세에서는 중소형주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며 반대매매도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일평균 27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일평균 119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다시 상승하고 있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일평균 반대매매 비중은 2.14%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직후였던 지난 3월 2.11%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1.13%로 낮아졌지만, 최근 다시 반등하는 흐름이다.
◇“하반기에도 K자 양극화 이어질 것”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반도체 중심 업종 쏠림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비반도체 업종 간 이익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며 “다른 업종의 이익도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상승 속도가 빠르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허 연구원은 “과거에는 대형주가 오르면 이후 중소형주로 상승세가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현재는 반도체 업종만 강한 상황”이라며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소형 밸류체인 전반으로 수혜가 퍼질 정도는 아니며, 당분간은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쏠림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 또한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일수록 시장 자금은 실적이 확실한 주도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하반기에도 금리와 경기 변수에 따라 업종 간 K자 형태의 양극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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