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만 보는 70대 개미들… 매매 횟수 20대의 4배

채제우 기자 2026. 5. 2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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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두번씩 매수·매도

경기 용인에 사는 최모(78)씨의 하루는 오전 8시쯤 주식 앱을 켜면서 시작된다. 최씨는 “보통 오전 8시부터 국내 증시가 열리는 9시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보다가 매매 주문을 걸어둔다”며 “요새는 하루에 2~3시간씩 주식 창을 보며 테마별로 종목을 갈아타는데, 지난주에는 수익률이 좋은 로봇주를 팔고 원전주를 샀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모(74)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일 주식 앱 창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씨는 “새벽 뉴스를 챙겨보고 관련 종목 주가가 어떻게 오르고 내리는지 보는 것이 하루의 낙”이라며 “목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묻어두고, 평소에는 호재가 있는 종목에 소액으로 단타(단기 매매)를 한다”고 했다.

19일 코스피가 3.25% 급락하는 등 널뛰기 장세를 보였지만, 앞서 코스피가 잇따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주요국 1위 상승률을 보이자 70대 이상 개인들의 주식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은퇴자가 많은 70대 이상은 시간 여유가 있는 데다 용돈 벌이라도 해보고자 증시에 뛰어드는 이가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 연령이 낮을수록 주식 거래가 잦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분석 결과, 지난 1분기(1~3월) 동안 70대 이상 투자자들의 평균 매수·매도 횟수는 20대의 약 4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래픽=박상훈

◇하루 2번씩 ‘사팔’하는 70대 개미

19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 70대 이상 고객 중 1분기에 보유 주식을 판 경우 평균 45.7회를 매도했다. 같은 기간 20대가 평균 12.2회 매도한 것의 약 3.7배다. 70대 이상의 평균 매수 횟수는 65.4회로, 20대(15.8회)의 약 4.1배에 달했다. 1분기에 증시 개장일은 59일이었다. 70대 이상 투자자는 대략 하루 2번씩 ‘사거나 팔고(사팔)’ 했다는 뜻이다. 이 기간 주식을 매도한 70대 이상 고객의 평균 수익금은 1873만원, 20대는 143만원이었다.

가장 많은 70대 이상 투자자가 수익을 낸 종목은 국내 증시의 ‘투 톱’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였다. 이 두 종목에서만 한 사람당 각각 평균 2358만원, 2118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어 두산에너빌리티(547만원)·현대차(782만원)가 뒤를 이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투자자가 가진 돈을 얼마나 활발하게 굴리는지 알 수 있는 ‘월평균 회전율’을 보면 20대는 92%로 매달 투자 종목을 거의 갈아치울 만큼 공격적이다”며 “하지만 70대 이상은 45%로 20대의 절반 수준으로, 70대는 주요 대형주에 큰돈을 넣고 적지만 여러 차례 분할 매수·매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빚투 증가세도 70대가 최고

70대 이상의 투자 열풍은 ‘빚투(빚내서 투자)’에서도 나타난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내 10대 증권사의 연령대별 신용거래융자 잔고를 분석한 결과, 전 연령대 중 70대 이상의 빚투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70대 이상의 신용 거래 융자는 지난달 둘째 주 기준 2조13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7% 늘었다. 이어 20대(124.5%), 60대(111.2%), 30대(94.4%) 등 순으로 높았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70대 이상은 안정적인 근로 소득이 없기 때문에 여윳돈이 있다면 노후 자금 마련이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주식일 수도 있다”며 “더구나 정부가 나서서 증시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는 만큼 더 쉽게 증시에 뛰어드는 분위기”라고 했다. 하지만 현금 흐름이 적은 70대는 한 번 투자금을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식에 몰빵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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