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방한한 北 클럽팀, 축구 외엔 선긋기 냉랭했던 ‘내고향’

지소연 뛰는 수원FC 위민과
20일 준결승 앞두고 기자회견
입국장서 본 차가운 표정 여전
공동응원단 관련 기자 질문에도
“경기하러와…상관할 바 아니다”
리유일 감독, 쌀쌀맞은 답변
北선수단 훈련현장엔 ‘웃음꽃’
웅성대던 기자회견장에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이 등장하자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다소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은 입국 현장 때의 냉랭함 만큼은 아니었지만, 감독과 선수 모두 시종일관 딱딱한 표정을 유지한 채 경기에 대한 말만 하고는 휙 돌아 떠나며 여전히 냉기류가 흐르는 남북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냈다.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 사전 기자회견장에는 내고향을 취재하기 위한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기자회견 시작 1시간3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기자석이 꽉 차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2012년 평양을 연고로 창단한 내고향은 2022년 군이 운영하는 북한 여자축구 전통의 강호인 4·25팀을 꺾고 창단 10년 만에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내고향이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수원FC위민과 맞붙고, 더불어 경기 장소가 수원FC의 홈인 수원종합운동장으로 결정되면서 이들의 방남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북한 선수가 한국에서 열린 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에 차효심이 장우진(세아)과 호흡을 맞춰 혼합복식에 출전한 이후 8년 만이며, 축구로 한정하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었다. 여자 축구 클럽팀의 방한은 이번이 최초다. I 관련기사 3면
내고향 선수단은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현장을 찾은 시민단체 및 실향민 단체 관계자 50여명의 “환영합니다” 등의 외침에도 취재진과 환영 인파들을 바라보지도 않고 웃음과 손인사 하나 없이 그대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이날 기자회견 분위기도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전 11시45분에 맞춰 하늘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리유일 내고향 감독과 간판 공격수 김경영이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기자회견 진행을 맡은 AFC 직원이 “질문은 축구에 관련된 것만 해줬으면 한다”며 정치적인 질문은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리 감독은 “내일 경기 상황에 대한 얘기를 하면, 비교적 준비가 괜찮다고 볼 수 있다”며 “준결승에 오른 4팀은 모두가 1위를 할 수 있는,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들이라 조별리그에서 만났다고 해서 누가 강하고 약한지를 말할 수 없다. 우린 그저 내일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고향은 지난해 11월 조별리그에서 수원FC를 만나 3-0으로 이긴 바 있다. 김경영도 “중요한 경기인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주장으로, 공격수로 승리를 위해 뛰겠다”고 짧게 답했다.
뒤이어 나온 응원단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리 감독의 답은, 차가운 남북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낸 한 마디였다. 20일 열리는 내고향과 수원FC의 준결승전에는 통일부 지원하에 대북 시민단체로 꾸려진 3000여명의 공동 응원단이 현장을 찾아 응원할 예정이다. 전체 7000석 중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이에 대해 리 감독은 “응원단에 대한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지 모르겠지만, 우린 철저히 경기를 하러 여기에 왔다”며 “내일 경기와 앞으로 있게 될 경기에만 집중할 것이다. 응원단 문제는 선수단과 감독 모두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리 감독은 2024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기자회견에서 한국 취재진이 북측이라고 하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정확히 부르지 않으면 질문을 안 받겠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던 인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인물인데, 이번에도 당시의 느낌이 살짝 묻어났다.
이후 취재진이 손을 들며 계속해서 질문을 요청하자, 리 감독은 통역을 바라보고는 질문을 한 개만 더하고 마치자는 신호를 보냈다. 이에 김경영에게 ‘선수단 분위기가 어떤가’라는 질문이 주어졌고, 김경영이 “선수단의 분위기는 좋다. 부모·형제들의 믿음과 기대에 화답하기 위해 우리는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이 종료됐다.
한편 수원FC와 내고향의 2025~2026 AWCL 4강전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수원FC가 승리하면 한국 팀 사상 최초로 이 대회 결승에 오르게 된다.
수원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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