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극한직업’ 영상에 터진 공감…유치원 교사 “악성 민원, 이제는 일상”

이시호 인턴기자 2026. 5. 20. 00: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직 보육교사가 전하는 현실
"저희 애는 빼고" 요구는 흔해
아침 8시 출근해 밤 11시 퇴근
"예쁜 아이들과 헤어지기 싫어"
이수지 유튜브 '핫이슈지' 채널 영상 '유치원 교사 이민지 씨의 끝나지 않는 24시간 [휴먼다큐 진짜 극한직업] (2026년 4월7일 방송)' 중 캡쳐. 영상 속 교사는 야간 돌봄(야간 연장 보육)을 신청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시호 인턴기자

최근 방송인 이수지는 유튜브 '핫이슈지' 채널에서 과중한 업무와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유치원 교사의 모습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려냈다. 교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풍자한 해당 영상 두 편은 19일 기준 누적 조회수 1050만 회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백번 공감", "공감의 눈물 펑펑" 등 현직 교사들의 댓글도 화제를 모으며 교권 침해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실제 어린이집 현장에서 근무 중인 보육교사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현실은 영상보다 훨씬 심해요"
전남 지역의 한 사립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A씨는 해당 영상을 보며 "모든 부분에 뼈저리게 공감하지만, 현실은 이것보다 훨씬 심하다"고 운을 뗐다. 영상 속 학부모처럼 황당한 민원은 이미 일상이 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A씨는 "'우리 아이는 편식 교육을 싫어하니 억지로 시키지 말고 활동에서 제외해달라'는 정도의 요구는 이제 사소하게 느껴질 만큼 민원 수위가 높아졌다"고 털어놨다.

특히 A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공과 사'의 붕괴다. 그는 "사립 유치원의 경우 교사 개인 번호로 학부모들과 직접 소통하다 보니, 퇴근 후나 주말에도 온전히 쉬지 못한다"며 "심지어 개인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하나를 바꿀 때도 학부모들의 시선이나 평가를 신경 쓰며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밥도 편히 못 먹어…휴게시간조차 없다
과도한 업무량과 쉴 틈 없는 근무 환경은 교사들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다. A씨는 "보통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업무를 잠시 중단하고 쉬지만, 우리는 점심시간에도 아이들이 밥을 잘 먹는지, 다치지는 않는지 살피며 밥을 삼켜야 해서 전혀 쉬는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휴게시간조차 사실상 보육 노동의 연장선인 셈이다.

정시 퇴근 역시 이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A씨는 "아침 8시에 출근하는데, 밤 10시가 훌쩍 넘어서 퇴근하는 날도 허다하다"며 "국공립 어린이집은 행정 업무를 따로 담당하는 직원이 있지만, 사립의 작은 어린이집은 교사가 보육은 물론 행정 업무까지 전부 도맡아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교실에서 수업만 하는 게 아니라 등하원 차량 탑승과 동선 배치까지 관리해야 하니 할 일이 산더미"라며 "학부모들이 퇴근해서 아이들을 모두 데려갈 때까지 원에 남아있어야 하고, 보육이 완전히 끝난 늦은 밤에야 비로소 밀린 서류를 보거나 행사 준비를 할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치원. 연합뉴스

육체 피로보다 보호자 불신이 더 힘들어
육체적 피로보다 A씨의 마음을 더 갉아먹는 것은 보호자들의 불신에서 비롯된 감정노동이다. 그는 "아이들을 정말 사랑해서 택한 직업이지만, 가끔 학부모들이 우릴 믿지 못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며 "행동 하나, 말 하나 꼬투리 잡히는 지금의 현실이 내가 사명감을 가지고 꿈꿨던 보육교사의 일과는 너무 큰 괴리가 느껴진다"고 호소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인해 A씨는 재작년 공황 증상까지 겪으며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약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산더미 같은 업무와 야근 탓에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갈 시간조차 없어 어쩔 수 없이 단약 중인 상태"라며 아찔한 현실을 전했다.

이같은 고통 속에서도 교사들이 선뜻 사직서를 던지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아이들' 때문이다. A씨는 "단순히 너무 힘드니까 '그만두면 될 일'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담임을 한 번 맡게 되면 중간에 무책임하게 나갈 수 없어 1년 이상은 꼭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내가 정들여 돌봤던 아이들이 훌쩍 커서 졸업하는 모습을 꼭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 하루하루 다르게 커가는 예쁜 아이들과 당장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 그만둘 수가 없다. 가끔은 이렇게 미련하게 버티는 내 자신이 싫어질 정도"라며 애틋하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A씨는 현장의 긍정적인 변화를 간절히 바란다며 "보육교사가 긍지와 자존감을 잃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온전히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교실이 됐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덧붙였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캠퍼스에서 북구청직장어린이집 아이들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