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데이' 분노에도 국힘 모른 척…'멸공' 정용진 편?

김호경 에디터 2026. 5. 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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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여론, 불매운동 확산…정용진 비판 쇄도
민주 "극우 성향의 회장 믿고 실행, 오너 리스크"
혁신 "역사 모욕 마케팅, 정용진 직접 지시했나"
진보 "총수 역사관이 기업에 독버섯…사퇴해야"
반면 국힘은 논평 하나 없이 언급 자체를 안 해
'멸공 챌린지' 각별…정용진·윤석열 인스타 '맞팔'
윤석열 취임식에도 참석, '자유! 자유! 무지개!!'
국힘 일각 "스벅 들러야지" "샌드위치 먹어야징"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2.22. 연합뉴스

신세계그룹 계열사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을 두고 여론의 분노가 빗발치면서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타벅스에 대해서는 물론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SSG닷컴 등 신세계그룹 전반을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까지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성향 야당들도 들끓는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둘러싼 책임론을 쏟아내는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흔한 논평 하나 내지 않고 침묵하거나 심지어 스타벅스 측을 옹호하는 행태까지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19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이었던 어제 스타벅스가 '5·18 탱크데이'라는 정말 해괴망측한 이벤트를 공지했다. 제 눈을 의심했다. 추모의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광주 시민의 마음에 또 한 번 대못을 박았다"며 "참담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것이 정녕 2026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고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이는 표현의 자유도 이벤트도 아니다. 공동체의 근간을 뒤흔드는 반인륜적 패륜이자 민주주의의 가치를 부정하는 막장 행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5월 광주의 거룩한 희생까지 상품화하는 것은 시정잡배에게도 허용하지 않을 비인간적인 작태"라면서 "단순히 몰지각한 개인의 일탈이 아닐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사회적 범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광주 시민께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라"며 "이 반역사적인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전날 전진숙 대변인에 이어 이날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스타벅스코리아와 신세계그룹 최고경영자는 전 기업 차원에서 역사 인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 조직 전체의 뼈를 깎는 혁신을 해야 한다. 이런 몰역사적 마케팅 전략이 정상적인 결재 라인을 타고 세상에 공개됐다는 자체가 기업 전체의 역사 의식 부재와 보편적 도덕성의 결여를 뜻한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재발 방지 조치 계획을 수립해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18일 46주년을 맞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 데이' 이벤트를 진행한 데 대해 사과하고 행사를 즉각 중단했다. 2026.5.18. 연합뉴스

민주당의 이 같은 고강도 반응은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규정과 맥을 같이한다. 마찬가지로 수위 높은 표현을 동원한 개별 의원들의 입장도 쇄도하고 있다.

일례로 국회 교육위원장인 김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끔찍하다. 너무나 섬뜩하다. 무수한 희생자를 낳은 5·18 학살의 비극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악마의 언어에 저절로 몸서리가 쳐진다"며 "한 줌 극우들이 인터넷 뒷골목에서나 끼리끼리 주고받던 혐오의 바이러스가 SNS 알고리즘을 타고 독버섯처럼 퍼져나가더니, 이제는 떡하니 대기업 바이럴 마케팅 소재로까지 등장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정용진 회장을 정조준한 경우도 적지 않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은 "멸콩 정용진이 5·18 탱크데이로 스타벅스 대표를 경질했단다. 뻔한 꼬리 자르기"라며 "5·2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 가지고 또 극우 장난질 친다면 엄청난 국민적 역풍이 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사학자 출신인 김준혁 의원은 YTN 라디오 '김준우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 "당혹감을 넘어 정말 참혹하고 비통하다. 오너 리스크가 분명하다"며 "실무자들이 대표이사에게까지 결재를 받아야 하는 사안인데, 정용진 회장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의도가 담겨 있지 않았을까. 정용진 회장이 가진 우파적, 극우적 사고에 맞춘 일종의 홍보 전략이 아니었을까"라고 추정했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정진욱 의원은 성명을 내고 "스타벅스가 극우와 일베에게 완전히 장악돼 있지는 않은지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5·18을 폄훼하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하는 이런 극악한 마케팅이 실무자의 단순 실수일 수는 없다"면서 "이벤트를 기획하고 팀장이 승인하고 마케팅 담당 임원이 결재한 과정의 꼭대기에는 한국 스타벅스의 오너인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도사리고 있다"고 단언했다.

또 "정용진 회장은 극우적 행태로 일베들의 우상이 된 지 오래이고, 그룹 오너가 멀쩡하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이번 일은 극우 성향의 오너를 믿고 실행된 극악무도한 사건"이라며 "정용진 회장이 직접 5·18 유족 및 5월 단체는 물론 국민 앞에 나서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 정용진 회장이 뒤로 숨는다면 신세계그룹, 이마트, 스타벅스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폄훼 이벤트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김수완 신세계그룹 부사장이 19일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를 찾아 5·18 단체와 면담을 시도했지만 무산된 뒤 이동하고 있다. 2026.5.19. 연합뉴스

한나라당 출신이지만 이재명 정부에 중용된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페이스북에서 "정용진 회장에게 묻고 싶다. '탱크데이' 행사는 정 회장의 기획작품 아닌가. 정 회장의 작품이 아니라면 정 회장의 '멸콩' 파문, 세월호 방명록 문구 조롱, 마가(MAGA) 네트워크 등을 보아온 회사 간부들의 정신세계가 아예 그렇게 바뀌어 있는 것인가"라며 "유사한 언행이 한두 번도 아니고 때로 고의적으로 조롱을 합리화해왔다. 우리 국민들을 우습게 보지 마라. 당신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 뚜껑을 함부로 열지 마라"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조국혁신당은 정 회장이 해당 마케팅을 조장했거나 나아가 직접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박병언 선임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사태가 (스타벅스코리아에서) 어떠한 문제의식도 없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은 '멸공'을 외치며 극우 행보를 해온 정용진 회장이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기업의 오너가 잘못된 역사 인식과 이념적 성향을 대놓고 드러냈으니 대한민국 역사를 모욕하는 마케팅이 기획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시 직접적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은 끝까지 최종 지시자를 찾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손솔 수석대변인은 아예 정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군부 독재의 학살과 고문을 연상시키는 끔찍한 문구가 아무런 제동 없이 최종 결재되었다는 것은 조직 전체가 반역사적 의식에 절여져 있음을 증명한다. 특히 정용진 회장은 과거 편향된 색깔론으로 갈등을 조장해 온 당사자"라며 "총수의 왜곡된 역사관이 기업 전반에 독버섯처럼 퍼져 이번 사태의 토양이 된 것 아니겠는가. 정용진 회장은 이번 사태의 총체적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즉각 사퇴하라. 대대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스타벅스 불매운동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했다.
2022년 1월 8일 국민의힘이 공개했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장보기 사진. 당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소셜미디어에서 뜬금없이 '멸공'을 거론한 뒤 윤 후보는 신세계 이마트에서 조림용 멸치를 카트에 담는 모습의 사진을 SNS에 올리며 '#멸치' '#콩'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멸콩 챌린지' 논란을 일으켰다.

이와 달리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지도부나 대변인단에서 이번 사태에 관해 성토는커녕 언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의 공식 일정 발언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여기에 스타벅스 관련 내용은 없었다. 대변인과 부대변인들 역시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 삼성전자 노조 등을 공격하는 여러 논평을 발표했으나 스타벅스와 정 회장은 일절 다루지 않았다.

이는 정 회장이 '멸공 챌린지' 때부터 윤석열을 비롯한 국민의힘 인사들과 특수관계였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특히 윤석열과 인스타그램 '맞팔' 사이였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도 직접 참석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유! 자유! 자유! 무지개!!'라는 글과 함께 2장의 '인증샷'을 올려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국회 본청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장에서 하늘에 뜬 무지개를 촬영한 사진이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말을 35차례나 반복하고 상공에 무지개까지 뜨자 깊은 감명을 받은 듯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스타벅스 측을 두둔하는 모습까지 연출해 지탄을 자초했다.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이날 스레드(Threads) 계정에 "내일 스벅 들렀다가 출근해야지"라는 글을 게시해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를 희화화하고 여론을 조롱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술 더 떠 해당 게시글에 김선민 국민의힘 거제시장 후보 계정으로 "가서 샌드위치 먹어야징"이라는 댓글이 달렸고, 충북도당 계정 운영자는 다시 "내일 아침은 샌드위치당"이라고 답글을 남겼다.

파문이 커지자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관련 게시글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게시했다. 도당 측은 "부적절한 게시물로 인해 유가족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5·18 민주화운동이 가진 역사적 의미와 희생자 및 유공자분들의 아픔을 깊이 헤아리지 못한 명백한 잘못이었다"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숭고한 뜻을 기려야 할 엄숙한 날에 큰 상처를 드려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김선민 거제시장 후보 측은 "후보 본인이 아닌 SNS 운영 담당자가 작성한 댓글"이라며 "5·18 민주화운동이나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역사적 비극으로 상처받은 유가족과 광주시민을 향한 명백한 2차 가해이자,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역사의식마저 의심케 하는 참담한 망동"이라며 "국민의힘은 당차원에서 2차 가해의 전말을 밝혀 관련자들을 징계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의 망언에 이어 당원들과 후보의 동조 행위까지 판치는 지금, 국민들은 공당으로서의 자격을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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