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 사는 청년, 결혼 확률 2.7배 높다

최미랑 기자 2026. 5. 1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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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 ‘인구구조 전환에 따른 부동산시장 영향’ 보고서

자가보다 대출상환 부담 줄어
결혼 도달 기간도 1.8년 단축
자녀 출산 확률도 높은 경향
“공공임대서 중형 비중 확대해
장기적 주거 사다리로 활용을”

서울에 사는 2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연인과 미래를 약속했지만 주거 마련 문제로 결혼을 미루고 있다. 최근 아파트 전세가를 보면 ‘어서 집을 사는 게 낫겠다’ 싶지만 두 사람의 소득을 모두 모아도 집을 사기엔 어려워 보여서다. A씨는 “결혼을 앞당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미리내집’ 같은 공공임대에 당첨되는 것”이라며 “만약 당첨되면 바로 결혼하자고 여자친구와 약속도 했다”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청년층이 자가에 사는 청년보다 결혼할 가능성이 2.7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이를 낳을 확률도 공공임대주택 거주 청년이 자가 소유자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빚을 내 집을 사서 대출을 갚느라 자가 청년이어도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토연구원은 19일 ‘인구구조 전환에 따른 부동산시장 영향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공공·민간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결혼 확률이 자가에 비해 확연히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서울시 주거실태조사 미시자료를 통해 주거 유형이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30세 이하는 공공임대 거주 시 결혼 확률이 자가 거주자보다 2.7배나 높았고, 35세 이하는 1.6배, 40세 이하는 1.4배 높았다. 자가에 거주하면 결혼 확률이 임차 거주 대비 약 19.2% 낮아졌다.

결혼까지 걸리는 기간도 공공임대가 짧았다. 자가 거주자는 약 6.1년이 소요됐지만 민간임대 거주자는 약 4.7년, 공공임대는 약 4.3년이 걸렸다. 공공임대 거주자가 자가 거주자보다 약 1.8년 일찍 결혼에 이르는 셈이다.

공공임대가 민간임대보다 임차료 부담이 덜하고, 집을 소유했더라도 대출이 많다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에서 차이가 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출산에서도 공공임대의 효과가 눈에 띄었다. 공공임대 가구의 1자녀 출산 확률은 자가 가구보다 1.7배 높았고 두 자녀를 낳을 확률은 3.4배, 세 자녀 이상 확률은 4.3배까지 높았다.

반면 민간임대 가구는 자가와 비교해 1자녀 출산 확률이 0.9배, 2자녀 0.8배, 3자녀 이상 0.6배로, 공공임대의 경우보다 현저히 낮았다.

연구진은 “결혼과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에서 중형 평형 비중을 확대해 결혼 후에도 장기적·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울 자가 거주 청년층 상당수는 주택 구매 후 원금과 이자 부담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20~30대 초반 청년이 정책금융 등을 끼고 집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보다 공공임대를 ‘주거 사다리’로 활용하면서 자산 형성에 집중해 30대 후반 이후 자가 마련으로 넘어가도록 돕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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