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영 후 더 바쁜 나홍진 감독 “‘호프’ 손볼 생각에 정신이 없다”

각본 쓸 때 범죄·폭력 이유 관심
전쟁 벌어질 “불길함” 느낀 탓
외계인 등장하지 않는 초반 50분
소리로 실체 찾도록 공간 비워둬
뚜렷한 악인은 없는 “착한 영화”
“누구나 의미 있는 행동, 입장 달라”
황정민 “나보다 집요한 사람”
‘끝까지 간다’는 말은 나홍진 감독(52)과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호프>가 세상에 처음 공개된 지난 17일(현지시간), 나 감독이 환호를 받으며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 들어섰다. 웃고 박수 치며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의 호응에 도취할 법도 하지만 칸의 마제스틱 호텔에서 18일 만난 그는 정작 “미진한 부분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있는 마을 호포항에 외계인이 나타나며 마을 사람들이 겪는 불안, 공포, 분노를 그린다.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해외 배우들이 외계인을 연기했다. 컴퓨터그래픽(CG)을 덧입혀 외계인 형상을 구현해야 하는 영화는 2년 넘게 후반 작업을 이어왔다.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고도 수정이 계속됐다.
나 감독은 개봉이 예정된 올해 여름까지 완성도를 더 높일 것이라고 했다. 공식 상영이 끝나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수정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도 했다. “사운드, 비주얼 할 것 없이 각 파트가 전쟁 중입니다. 편집은 록(lock·수정 불가) 걸었는데 어제 영화를 보고 나니 손을 볼까 싶기도 해요.”
<곡성>(2016)에서 무속신앙을 미스터리 스릴러에 접목했던 나 감독은 <호프>에서 외계 생명체가 출연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인간 안에서 이유를 찾다가, 신이나 초자연적 현상을 찾아보다가 우주까지 간 거죠.”
각본을 쓸 당시 그의 관심은 ‘범죄와 폭력이 발생하는 이유’에 있었다. “불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어떤 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질 것 같고, 엄청난 폭력이 덮칠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호프>에서도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른다. 외계인의 존재를 알게 된 호포항 마을 사람들은 죽이겠다며 달려든다. 가만 보면 외계인은 사람과 닮은 데가 많다. 먼저 공격하는 일도 없다. 하지만 공포와 복수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일단 공격하고 본다. 외계인도 반격하며 마을은 초토화된다.
아비규환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출처 모를 소문들이 있다. 미지의 존재를 찾는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에게 사람들은 온갖 말을 전한다. “호랑이를 봤대” “한 놈이 아니래”.
실체 없는 소문처럼 <호프>는 영화 50분쯤까지 외계인을 보여주지 않는다. 주변에 마을 사람도 영 보이지 않는다. 범석은 휑한 마을 골목을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나 감독은 “먼 곳 혹은 가까운 곳의 소리를 듣고 실체를 확인하려 다가가는 설정을 유지하기 위해 공간을 비워놓았다”고 했다.
나 감독은 <호프>가 “착한 영화”라고 했다. 그의 전작들에는 악하거나 속내를 알기 힘든 안타고니스트(적대자)가 있었다. <추격자>(2008)의 ‘영민’(하정우), <황해>(2010)의 ‘면가’(김윤석), <곡성>의 ‘일광’(황정민) 등이다. 하지만 <호프>에는 뚜렷한 악인이 없다. 나 감독은 영화가 “누구나 의미 있는 행동을 하고 서로 입장이 다를 뿐이라는 걸 얘기한다”고 했다.
<추격자> <황해> <곡성>으로도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적 있지만, 경쟁 부문 초청도 칸에서의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상영도 <호프>가 처음이다. 나 감독은 “칸에서 영화를 최초 공개하는 게 이렇게 떨리는 줄도 몰랐다”며 “칸 경쟁작 리스트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고 했다.
황정민·조인성·정호연 등 <호프>의 주연배우 3인방도 이날 칸 마제스틱 호텔에서 나 감독의 타협 없는 촬영과 집요한 완벽주의에 대해 말했다. 황정민은 “관객에게 정확한 미학을 보여주는 사람”이라며 “나보다 집요한 사람을 만나면 더 끌린다”고 했다. 조인성은 “배우 입장에서는 끝까지 해본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칸 |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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