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진짜배이 총출동!…문화제가 된 ‘진주 사투리’

KBS 지역국 2026. 5. 1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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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정지우/남강초등학교 5학년 : "시작할께예. 오올은 지가 에나 진짜로 바쁘네예. 저짜 갔다 이짜 갔다. (오늘은 제가 정말 진짜로 바쁘네요. 저기 갔다 여기 갔다.)"]

[정예슬/경해여자중학교 1학년 : "내사 마 못 살겄다. 지구촌 삼들아 지발 내 좀 살리도. (나는 못 살겠다. 지구촌 사람들아 제발. 나 좀 살려줘.)"]

[조민호 : "하모예. 어머니 닮아 깔롱진다 아입니꺼. (그럼요. 어머니 닮아 멋을 부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진주 사투리, 들어보셨나요?

누군가 쓰지 않으면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릅니다.

[정서우/남강초등학교 4학년 : "요즘 학교에서 사투리 많이 안 쓰고 평소 사람들이 사투리를 많이 안 써서 사라질까 봐 좀 걱정이 많이 돼요."]

잊히던 진주 사투리가 문화제가 되어 다시 돌아온 날, 그 현장 속으로 가봅니다.

경남 방언 중에서도 유유히 흐르는 남강처럼 느긋한 말맛이 살아 있는 도시, 진주.

이곳에서 ‘진주 사투리 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사라져가는 진주 사투리를 문화 콘텐츠로 불러내보자는 진주 청년들과 시민들의 첫 시도입니다.

행사장 한편에는 ‘에나’와 ‘하모’처럼 진주 사투리를 디자인해 만든 티셔츠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박경희/스피릿진주 대표 : "사투리와 캐릭터를 접목을 해서 디자인을 해놓으니까 귀엽다는 반응이 많았고요. 재밌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사투리 체험 공간도 마련됐습니다.

마음에 드는 진주 사투리를 골라 나만의 배지를 만들고, 손글씨로 직접 써보기도 하는데요.

카드놀이를 하며 진주 사투리의 뜻을 맞혀보고, 서로 억양을 따라 말해보며 웃는 사이 낯설던 진주 사투리도 조금씩 친근한 말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사투리가 늘 이렇게 환영받았던 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한때 고쳐야 할 말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장홍상/진주시 칠암동 : "어릴 때는 사투리를 촌스럽다고만 생각해서 표준말만 써야 한다 그랬는데 오늘 (진주사투리 문화제에) 참가해 보니까 지역의 정체성이라든지 동질성을 갖게 하는 사투리라서 꼭 보존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게 됐습니다."]

문화예술그룹 온터의 공연을 시작으로, 진주 사투리 경연대회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자, 무대 옆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참가자들의 얼굴에 긴장과 설렘이 함께 묻어납니다.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진주 사투리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게 됐다고 합니다.

[정예슬/경해여자중학교 1학년 : "제가 원래는 사투리를 잘 안 썼는데 이번 대회 준비하면서 좀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진주 사투리로 어떤 이야기를 전했을까요.

[정예담 : "우리 할부지와 할무이는 울 옴마와 울 아부지, 내 바로 우에 세이하고 남동상하고 지까정 일곱이서 한 집에 살거든예?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우리 엄마와 아버지, 저 바로 위에 언니하고 남동생하고 저까지 일곱이서 한 집에 살거든요.)"]

[정서우/남강초등학교 4학년 : "개천예술제, 불꽃놀이, 유등 축제 유등도 에나로 좋다아입니꺼. (개천예술제, 불꽃놀이, 남강유등축제 유등도 진짜로 좋잖아요.)"]

[문옥희/진주시 상대동 : "아부지예 들키나예? 절마 좀 뭐라쿠이소. (아버지 들리세요? 쟤 좀 꾸짖으세요.)"]

사투리로 꺼내놓은 이야기는 거창한 사건이 아닙니다.

아버지와의 추억부터 가족이 함께 사는 대가족 이야기처럼,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삶의 이야기입니다.

[장일영/진주사투리 사전 집필자 : "사투리라고 하는 것은 아득한 옛날로부터 지역의 정서와 그리고 정신이 스며 있는 정체성이 있는 말들입니다. 동시에 지역의 화합에도 아주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사투리는 많이 쓰여져야 하고 또 길이 보존돼야 한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투리 속에서 자기가 살아온 동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이하애/진주시 가호동 : "초등학교 저학년인데도 진주에 대한 사투리를 가지고 진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일어나게 해주시더라고요. 이 사투리 대회가 배 위에서 진주를 건져내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무대 위에 오른 사람들에게도 이날은 오래 기억될 하루가 됐습니다.

[문옥희/최우수상 수상자 : "지금 제 기분을 사투리로 표현하자면 억수로 좋습니다. 진짜. 너무 좋습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뜻이 있는 진주 지역의 고유한 사투리 말씨를 조금 더 널리 알려서 아이들이 바른 말 고운 말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문화제는 진주의 청년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데요.

시작은 작았지만, 말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작지 않았습니다.

[황경규/진주평론 발행인/진주 사투리 문화제 주최·주관 : "보조금을 받지 않고 우리 진주시민들 특히 청년들 위주로 힘으로 이 행사를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보고요. 만약 그런 청년들하고 앞으로도 계속 진주사투리를 좀 알려 나갈 수 있도록 그런 노력을 그렇게 해볼 생각입니다."]

사투리를 지킨다는 건 어쩌면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정서우/남강초등학교 4학년/최우수상 수상 : "앞으로도 사투리가 안 사라지게 열심히 많이 쓰고 다시 친구들도 많이 쓰고 사람들이 사투리 많이 좋아하게 만들고 싶어요."]

마음에 드는 사투리를 골라 따라 해보고 잊고 지냈던 추억을 다시 꺼내보는 일.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사라져가던 진주 사투리를 다시 사람들 곁으로 불러내고 있습니다.

구성:정현정/촬영·편집:김동민/내레이션:신유진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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