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취업자 중 전자업종 종사자 10% 안 돼…AI 제품 호조 따른 임금 상승효과는 제한적”

해외여행객 줄어 관광 산업 타격
‘관세 충격’ 전통 제조업 임금 동결
‘AI 성과급’ 재분배 논의 지지부진
반도체 산업 탈대만 최소화 과제
대만은 인공지능(AI) 생태계를 선점하며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산업 양극화와 소득분배 악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깊었다.
우다런(吳大任) 대만 국립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대만의 전체 취업 인구 약 1200만명 중 전자업종 종사자는 약 100만명”이라며 “AI 제품 수출 호조에 따른 임금 상승의 혜택이 이들에게 집중돼 임금 상승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우 교수와의 일문일답.
- 최근 대만의 놀라운 경제성장 지표에도 불구하고, 평균 임금 상승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아 보인다.
“대만의 총 취업 인구는 약 1200만명이며, IT 산업 종사자는 약 100만명, 그중 반도체 산업 종사자는 약 30만명이다. 즉, AI 제품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더라도 임금이 눈에 띄게 오른 것은 약 100만명의 종사자다. 이로 인해 2025년 평균 임금 상승률은 3.1%로 성장률(8.7%)에 못 미친다. 전체 취업 인구의 69.7%는 이 평균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고 있다.”
-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면 대만 기업들의 임금은 한국이나 일본보다 낮아 보인다.
“대만의 서비스업 취업 인구는 약 7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대만의 지경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대만 방문 심리에 타격을 줬다. 지난해 대만 방문 관광객은 약 850만명에 그친 반면, 대만인의 해외여행객 수는 1895만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대만의 숙박, 외식 등 서비스 산업은 관광 수요 부진으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약 200만명이 종사하는 대만의 전통 제조업은 지난해 미국의 상호주의 관세 충격으로 인해 직원 임금이 대부분 동결되거나 감소했다. 장기적으로 대만은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같은 역내 무역기구에 가입하지 못해 전통 제조업 수출이 아시아 시장에서 불평등한 관세 경쟁 환경에 놓여 있다.”
- 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윤 환원이나 재분배에 관한 논의가 있나.
“대만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윤은 주로 주식시장을 통해 주주들에게 분배된다. TSMC의 사례를 보면 외인 지분율이 약 70.5%에 달하는 반면 대만 정부의 지분율은 약 6.38%에 불과하다. 즉, 대만 국내 주주들이 얻는 이익분배 효과는 외국인 주주들에 비해 훨씬 낮다. 대만 내에서는 ‘AI 보너스’의 재분배 문제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 진행 중인 논의 방향은 대만 정부가 충분히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 최근 삼성전자는 노조가 성과급을 요구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 TSMC와 같은 대만의 반도체 대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노동 문제가 있나.
“대만 노동조합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한국 노조에 비해 약한 편이며,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다. 기업의 이익이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대만 전 산업계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역설적이게도 대만 노동자들의 ‘저렴한 인건비, 높은 업무 효율, 우수한 순응도’는 그동안 대만 기업들의 경쟁력을 떠받쳐온 핵심 원동력이기도 하다.”
- 대만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 방향은.
“대만이 직면한 현재 가장 큰 도전은 미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50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하고, 반도체 첨단 공정 생산 능력의 40%를 미국으로 이전하기로 한 점이다. 반도체 산업의 투자 중심축이 미국으로 이동하게 되면, 대만 국내의 내수 민간 투자는 필연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투자와 수출은 대만 경제성장의 핵심 엔진이기 때문에, 대규모의 대미 투자는 대만의 장기 경제성장률에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으로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의 해외이탈(공동화)이 경제성장에 줄 충격을 상쇄할 수 있도록 전통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박병률·박은경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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