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초코·슬러시까지 만든다…'아재술'의 색다른 변신 [현장+]
"젊은 입맛 잡아라"…잼·아이스크림 등 디저트 확장

두바이 초콜릿 막걸리, 미나리 막걸리, 막걸리 슬러시, 막걸리 잼까지…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막걸리엑스포(MAXPO)'에서 막걸리는 이 같은 파격 변주로 이색적인 모습으로 선보였다.
행사장 내 주요 부스들은 정통 막걸리보단 화려한 색감의 과일 콜라보 제품과 저도주, 막걸리를 활용한 이색 디저트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내수 부진과 수출 정체라는 이중고 속에서 '아저씨 술'이라는 낡은 이미지를 걷어내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업계의 절박함이 투영된 모습이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막걸리 엑스포는 전국 120여개 양조장이 참여하는 전통주 비즈니스 전시회다. 이번 전시는 '전통을 빚고, 미래로 뻗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현재 막걸리 산업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막걸리 수출액은 1427만달러로 전년 대비 3.1% 감소하며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2022년 이후 수출 규모가 1400만달러대 박스권에 갇힌 셈이다.
내수 상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청년층 사이에서 건강을 위해 술을 멀리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트렌드가 확산하며 주류업계 실적이 위축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29세 중 아예 술을 마시지 않거나 월 1회 이하로 마신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4년 기준 56%를 기록했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05년(37.9%) 이후 역대 최고치다.
"맛있어야 마신다"…어수리나물·두바이초코 등 이색 콜라보

이러한 위기 속에서 이번 엑스포를 통해 확인된 가장 뚜렷한 흐름은 '맛의 다변화'였다. 딸기, 복숭아는 물론 고흥 유자, 쑥, 미나리 등 지역 식재료를 창의적으로 해석한 제품마다 관람객들이 줄을 늘어섰다. 특히 단종이 사랑했던 나물로 알려진 어수리나물을 활용한 막걸리는 행사 시작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초도 물량이 모두 소진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과 손을 잡는 시도도 활발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등으로 주가를 올린 에드워드 리 셰프와 협업한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획 상품들은 GS25 등 접근성이 뛰어난 편의점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젊은 층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맛있는 술'을 선호한다"며 "편의점 팝업스토어 등 접근성이 높은 채널에 맞춘 트렌디한 기획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전했다.
3~6도 저도주와 슬러시…'취하는 술'에서 '즐기는 음료'로

도수의 장벽을 낮춘 '캐주얼화' 경향도 뚜렷했다. 무알코올 막걸리부터 알코올 도수 3~6도의 저도주까지, 술을 즐기지 않는 소비자층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이었다. 서울장수가 선보인 막걸리 슬러시와 콤부차주처럼 전통주를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 주류'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엿보였다. 여기에 캔 형태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제품군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주류를 넘어선 카테고리 확장 또한 활발했다. 무알코올 막걸리로 만든 막걸리 잼과 무설탕 유산균을 강조한 막걸리 아이스크림 부스는 전통주가 디저트 영역으로 식품군을 넓힐 수 있음을 보여줬다.
수출 공략 DIY 키트 등 이색 상품도 등장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이색 시도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막걸리 DIY 키트'는 가루 형태로 물만 부어 직접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액체 막걸리의 고질적인 문제인 유통기한과 물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도 중 하나다. 실제 롯데백화점 공항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일부 DIY 키트는 체험형 콘텐츠를 선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며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K-문화의 영향으로 해외 관심은 높지만, 실제 수출은 여전히 특정 국가에 정체된 상태"라며 "완제품 수출을 넘어 막걸리 키트 같은 체험형 상품이나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려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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