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으면 살만 찐다?” 믿었던 한국인의 ‘주식’…영양 나빠졌다 [지구, 뭐래?]

김광우 2026. 5. 1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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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깃밥.[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다 똑같은 ‘밥’인 줄 알았는데...’

언제나 부담 없는 가격으로 우리의 배를 채워주는 한국인의 주식 ‘쌀’.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밥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다.

단순히 쌀의 맛이 바뀐다는 게 아니다. 쌀을 구성하는 영양소의 비중이 바뀐다는 것.

그중에서도 탄수화물만 비중이 늘어나고, 미네랄과 아연, 비타민 등 여타 영양소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백반. 김광우 기자.

이같은 변화, 단순히 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땅에서 수확하는 다양한 작물에서 영양소 감소 경향이 포착되고 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공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며, 식물의 성장 과정을 비틀고 있다.

한정된 양분의 땅에서 끊임없이 대량의 식량을 만들어 낸 결과이기도 하다.

백반.[게티이미지뱅크]

물론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길 수 있다. 다른 식재료를 더 섭취하거나, 영양제를 먹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면 되기 때문.

하지만 이 또한 다양한 식단 선택지가 있는 일부 계층의 시각이다. 값싼 주식 외 선택지가 없는 이들에게는 작은 영양 저하도 적지 않은 건강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국제미작연구소(IRRI)에 따르면 쌀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주식으로 삼는 작물이다. 아시아에서는 약 20억명 이상이 식품 에너지의 60~70%를 쌀과 쌀을 이용해 만든 가공품에서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 수확 직전의 벼.[게티이미지뱅크]

특히 밥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반찬·육류·유제품 등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 경제적 격차가 큰 이유다. 하지만 밥에는 탄수화물과 함께 단백질, 비타민 B군, 철, 아연 등 미량영양소가 함유돼 있어, 주식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그러나 이같은 밥의 역할, 기후변화와 함께 옅어지고 있다. 도쿄대 농학부 연구팀 등 국제 연구진이 지난 2018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쌀의 영양가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주성분인 탄수화물을 제외하고, 여타 영양소의 성분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밥.[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이번 세기 후반 정도에 예상되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설정하고, 실제 쌀을 키워본 결과, 현재 자란 쌀보다 철, 아연, 단백질, 비타민B군 등이 일괄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다수 품종에서 평균적으로 단백질 10%, 철 8%, 아연 5% 가량의 영양소 감소 추세가 나타났다.

식물 입장에서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의 재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많아지면, 식물은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해 당과 전분을 만든다. 이에 따라 탄수화물 생산이 늘어나는 동안 철, 아연 등 영양소 축적이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 밥 한 공기의 열량이 유지되거나 높아지는 동안, 함께 있어야 할 단백질과 미량영양소의 비율이 낮아지는 셈이다.

인천 서구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인천=임세준 기자

먼 미래를 가장한 것도 아니다. 이들 연구진이 설정한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568~590ppm 수준. 공기 100만 개 분자 중 이산화탄소가 580개 정도였다는 뜻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는 431ppm으로 관측이 시작된 1958년(315ppm)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다르게 말하면, 이미 변화가 이뤄졌을 수 있다는 얘기. 실제 과거에 비해 영양소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지난 2023년 국제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인도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 출시된 쌀 품종과 2000년대 출시 쌀 품종을 비교한 결과, 칼슘은 45%, 아연은 33%, 철은 30%가량 영양소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에서 제공되는 국밥.[독자 제공]

이같은 변화가 오로지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 탓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품종의 변화와 함께 과도한 토지 이용에 따른 영양소 감소 등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영양소 변화가 일어났고, 탄수화물 외 미량영양소가 줄어든 사실은 변함이 없다.

우리가 체감하는 부작용 자체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미 한국인의 쌀 섭취량은 육류에 비해 낮아진 지 오래다. 되레 영양 과잉과 함께, 버려지는 식재료의 양이 치솟으며 ‘낭비’를 걱정하는 단계. 쌀에서 미량 영양소가 줄어드는 것 자체가 큰 위기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부산 강서구 죽동동 들녘에서 농민 김경양씨가 농기계를 이용해 모내기하고 있다.[연합]

하지만 ‘쌀’ 외에 별다른 영양 섭취 수단이 없는 계층의 경우에 사정이 다르다. 특히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일부 지역 등에는 주요 작물 외에 영양소 섭취 수단이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재료 영양의 변화가 곧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를 주도한 고바야시 가즈히코 교수는 “약 6억명의 사람들이 하루 에너지 또는 단백질 섭취량의 50% 이상을 쌀에서 얻는다”며 “쌀은 개발도상국 사람들과 선진국 내 저소득층에 열량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비타민의 주요 공급원”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화성시 수라청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저온창고에서 관계자가 보관 중인 쌀을 살펴보고 있다.[연힙]

한편 밥 다음으로는 또 다른 세계인의 주식 ‘밀’이 지적된다. 쌀과 유사하게 고농도 이산화탄소 조건에서 자란 밀은 아연 9.3%, 철 5.1%, 단백질 6.3%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인의 주식 전반에서 영양소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채소와 과일 등 여타 작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네덜란드 레이던대 과학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를 통해 감자, 토마토 등 총 43개 주요 작물의 영양 변화를 살펴본 결과, 필수 영양소를 평균 4.4% 낮추고, 일부 성분은 최대 38%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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