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에게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후회할 수도 있다”고 말해

이철민 기자 2026. 5. 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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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위대한 애국 전쟁”이라던 독ㆍ소 전쟁 기간도 1월에 넘겨
전쟁 옹호론자들도 “2차대전 때 할아버지들은 이맘때 베를린 점령했는데, 우리는 왜 헛짓만 하나”
우크라 대규모 드론, 러시아 인구 70%ㆍ후방 1600㎞까지 타격
WSJ “러시아 보안기관 간 암투ㆍ쿠데타 설까지 돌아…길어질수록 푸틴 약점만 노출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중국을 이틀 일정으로 국빈 방문했지만,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푸틴이 결국 자신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FT는 미ㆍ중 정상 간 대화 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시진핑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이슈를 논의하면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시진핑은 바이든 시절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해 “솔직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나눴지만, 푸틴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평가를 내놓지는 않았다. 푸틴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고, 시진핑과 푸틴은 이후 줄곧 “무제한 파트너십(no-limits partnership)”을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7일 베이징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팩트시트(fact sheet)를 발표했지만, 푸틴이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작년 9월2일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시진핑과 푸틴이 중국 중국 국가주석의 집무공간, 중국 공산당 중앙 지도부, 최고 권력핵심부의 거주지가 있는 베이징의 중난하이(中南海)를 걷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시진핑이 지난 주 트럼프에게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의 이 발언은 4년을 넘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교착 상태를 면치 못하고, 우크라이나가 되레 수도 모스크바와 러시아 내부 깊숙이 위치한 군과 시설물을 효과적으로 대규모 드론 공격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17일 모스크바 인근의 타깃에 대해 드론 공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푸틴의 러시아 2차대전 승전기념일 군 퍼레이드가 있는 5월9일을 전후해 휴전하자는 제안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푸틴은 장갑차 전시나 생도 행진과 같이 매년 해오던 독ㆍ소전쟁 승전(勝戰) 행사를 크게 축소해야 했고, 17일에는 600대가 넘는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모스크바로 접근해 대부분 격추됐지만 러시아 시민 4명도 숨졌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 군은 최근 수개월 간 훨씬 규모가 큰 러시아 병력을 사실상 정체 상태로 묶어 두고 전술적ㆍ기술적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크라이나 군의 호넷(Hornet), FP-2와 같은 중거리 드론은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돼 전선에서 30~300㎞ 떨어진 러시아 후방의 드론 부대와 보급망, 지휘소, 방공시스템, 창고, 석유 인프라 등을 공격해 러시아의 전선 작전 지원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중거리 드론에 대해서는 레이더ㆍ전자전 교란ㆍ요격팀으로 구성된 다층 방어 체계를 구축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의 러시아 탄도미사일 방어는 여전히 취약하다.

◇러시아군 사상자 100만 명 넘어서...매월 3만5000명 추가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올해 진격 속도는 최근 2년 중 가장 느리며, 러시아군은 거의 성과 없이 매월 최대 3만5000명의 사상자 손실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장이 러시아 내부 깊숙한 곳으로 옮겨가 정유소가 불타고 아파트가 파괴되면서 러시아 내부에서도 불만이 커졌다. 약 70%의 러시아 인구, 전에는 안전하다고 간주됐던 전선에서 1600㎞ 떨어진 지역까지도 우크라이나 미사일과 드론의 타격 범위 내에 들어왔다.

앞으로 러시아 군이 어떻게 반전(反轉)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우크라이나가 많은 이의 예상과는 달리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확실하다. 심지어 일부 분석가들은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는 영토 획득 면적보다 손실 면적이 더 크다고 분석한다.

2025년 말 이후 러시아 군의 사상자 수는 신병 모집 인원과 거의 일치해, 나토의 군사전략 분석가인 프란츠-슈테판 가디는 “러시아 침공군의 규모는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푸틴은 전쟁 목표를 축소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베를린 소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디렉터인 알렉산더 가부예프는 “문제는 러시아를 이끄는 사람이 매우 고집스럽고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무너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전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측 사상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경제가 타격을 입고,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일상화되면서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 전역에 깊은 불만이 퍼지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시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인터넷을 차단하고 있지만, 이는 푸틴 통치에 대해 가장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보안 기관 내부의 권력 다툼과 쿠데타 준비설에 대한 소문이 모스크바 사교계에서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 할아버지들은 독ㆍ소전쟁 이맘때 이미 베를린 점령했는데”

집권 25년이 넘은 푸틴은 나치 독일을 이긴 독ㆍ소 전쟁 승전기념일인 5월 9일을 거의 국가적 종교와 같은 가장 신성한 날로, 이 전쟁을 ‘위대한 애국 전쟁’으로 격상시켰다.

이 ‘애국 전쟁’은 1941년 6월부터 1945년 5월 소련군이 베를린을 점령하기까지 1417일을 끌었다.그러나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1월11일 이 ‘애국 전쟁’ 기간을 넘어섰다. 과거 푸틴의 연설문을 작성했던 해외 거주 야당 정치인인 아바스 갈리야모프는 “푸틴은 할아버지들을 숭배하는 문화를 만들었는데, 1월11일 이후 매일 매일은 푸틴에게 역효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한 러시아 언론인은 최근 텔레그램에 침체된 러시아 국가 분위기를 전하며 “2차 대전 당시 우리 할아버지들은 지금쯤 이미 베를린에 들어갔는데, 우리는 왜 여전히 허공에 주먹질만 하고 ‘레드라인(푸틴이 고집하는 휴전 조건)’ 같은 헛소리를 하고 있느냐”고 썼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알렉산더 바우노프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푸틴(73)은 지금 더 이상 보호자도, 수퍼맨도 아니다”며 “이제 사람들 삶의 실상을 모르는 올드 그랜파(old grandpa)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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