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포스코, '中철강' 비우고 '美·印' 채운다

김제영 기자 2026. 5. 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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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수익 법인 매각, 글로벌 자본 재배치
공급망 재편·고부가 자동차 강판 시장 공략
배터리 소재, 중국 기업과 실리적 협력 유지
그래픽=홍연택 기자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중국 내 철강 거점을 연달아 정리하면서 북미·인도 중심으로 글로벌 자본 재배치에 나서고 있다. 저수익 법인을 정리하는 대신 고부가·신흥 시장을 공략하고 미래 먹거리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포스코는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중국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이어가며 '선별적 대중국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19일 현대제철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3월 중국 칭다오(HSMC) 법인 지분 전량을 현지 기업에 매각했다. HSMC는 중국에서 굴삭기용 무한궤도 등을 생산·판매해온 제조법인이다. 앞서 2024년에도 충칭(HSCQ)·베이징(HSBJ) 법인을 매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내 경기 침체와 현대차·기아의 판매 부진, 저가 공세 등으로 사업 환경이 악화하자 비핵심 사업 정리 차원에서 매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굴삭기용 무한궤도 사업의 경우 지난해 현대제철이 포항1공장 중기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완전히 정리됐다.

포스코도 중국 내 철강 사업 정리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스테인리스 강판을 제조·판매해온 중국 법인 장자강포항불수강(PZSS), 청도포항불수강(QPSS) 지분을 현지 기업에 매각했다. PZSS의 경우 1997년 설립된 포스코의 첫 해외 생산기지로 상징성이 높았으나, 역시 중국 내 공급 과잉 및 저가 공세로 적자가 누적돼 매각 수순을 밟았다.

중국 철강 시장이 공급 과잉과 저가 공세로 성장 한계에 직면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시선도 북미·인도 등 고부가가치 신흥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해 미국 현지법인을 각각 설립했다. 양 사는 올해 1분기 현대제철·포스코·현대자동차·기아 합작법인 현대-포스코 루이지애나 스틸(HYUNDAI-POSCO Louisiana Steel)에 각각 7074억원, 2780억원을 출자했다. 오는 2027년까지 총 58억달러(약 8조700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는 원료부터 제품까지 일관 공정을 갖춘 제철소로 짓기로 했다. 특히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직접환원철을 생산하는 설비를 갖추고,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등 북미 현지 공장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할 계획이다.

인도도 핵심 철강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는 현지 1위 철강사 JSW스틸과 인도 오디샤주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합작투자를 진행 중이다. 합작법인은 50%씩 보유하며, 포스코가 총 투자금의 절반인 36억4400만달러(약 5조4000억원)를 부담한다. 앞서 포스코는 인도 내 전기강판·자동차 강판 하공정 공장을 운영하며 현지 시장을 선점한 바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조 단위 자금을 미국·인도 현지에 투입하는 배경은 철강 산업의 불황과 맞닿아 있다. 중국발 철강 업황 악화로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자동차 강판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재편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관세 불확실성도 투자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의 철강 관세는 50%가 유지되고 있으며, 유럽·아세안·인도 등 주요 철강 수출국에서도 세이프가드와 반덤핑 관세 등 수입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철강 산업이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지화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포스코는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중국과 협력하며 선별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화유코발트 등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운영 중이며, 중국 이차전지 소재업체 CNGR과 자회사 피노가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배터리 소재 분야의 경우 핵심 광물의 가공 공정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는 중국 연구개발(R&D)센터를 확대하는 등 현지 기술 협력 체계를 유지하며 사업별로 실리적 대응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는 이번 투자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창출한 수익을 기반으로 국내 탈탄소 전환 투자를 실행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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