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사 ‘벼랑 끝 담판’…성과급 재원 배분 비율·영업익 연동 제도화 놓고 마라톤 협상

구경우 기자 2026. 5. 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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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위원장 “만족할 안 만들겠다”
강경일변도 입장에서 막판 조율 선회
李 회장 읍소·李 대통령 발언도 영향
총파업 시 노사 모두 치명타 공감대
OPI 제도 개편·성과급 규모 등 조율
최승호(왼쪽 두 번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 시점을 이틀 앞둔 1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2일 차 오후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19일 사실상 마지막 협상인 제2차 사후조정 이틀 차 회의에서 일부 이견을 좁히며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파국을 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총파업이 시작되면 회사와 노조 모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면서 적극적인 협상이 지속되는 분위기다.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이틀째 진행된 마라톤 회의에서 한 발씩 물러서며 접점을 찾고 있다.

협상장의 기류가 바뀐 데는 잇따른 외부 메시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사회적 책임과 노사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노사가 다시 대화의 명분을 찾았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노조를 향해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힘이 세다고 많이 가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도 ‘강 대 강’ 대치는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조성했다.

또 양측이 막판에 자세를 낮춘 배경에는 가늠할 수 없는 총파업의 후폭풍이 자리 잡고 있다. 노조원 4만 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할 경우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생산라인은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1984년 기흥공장에서 D램 생산을 시작한 지 42년 만에 생산이 중단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된다.

총파업이 시작되면 삼성전자가 입을 직간접 피해가 최대 1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생산 차질만 계산해도 1분당 17억 8000만 원, 하루 최대 2조 6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파업 종료 이후 라인 재가동에 최대 3주가 걸리고 복구 비용만 37조 원 안팎에 달할 수 있다는 추산 또한 나온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삼성전자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인공지능(AI) 서버용 D램 공급선을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으로 돌릴 수 있다. 범용 D램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틈을 파고들 가능성도 있다.

이에 삼성전자 노사는 마지막 대화 테이블에서 파국을 면하기 위해 핵심 쟁점인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 변경과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어느 수준으로 할지 조율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이 중 70%는 반도체 사업을 하는 반도체(DS) 부문, 남은 30%는 사업부별로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 적자를 보고 있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사업부에도 70%의 공통 재원을 분배해 사업부별 격차를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다. 사측은 성과급 70%를 공통 재원으로 분배하는 것은 실적이 좋은 사업부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어 성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스마트폰과 가전·TV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올해 약 4조 원의 흑자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DS 부문 내 파운드리 사업부 등은 올해도 조 단위 적자가 예상된다.

하지만 노조의 제안을 수용하면 적자 가능성이 높은 비메모리 사업부 역시 메모리 사업부와 별 차이 없는 수억 원대 성과급을 받게 된다. 이에 반해 DX 부문 사업부들은 그보다 훨씬 적은 성과급을 수령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사측은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 원을 넘길 경우 기존 성과급 외에 영업이익의 9~10%를 추가로 지급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 성과급은 부문 전체 60%, 사업부별 40%로 나누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노사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자 중노위가 나서 OPI 제도 변경과 영업이익 15% 배분안에서 절충안을 조율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노사 양측은 한 발씩 물러나 중노위의 조정안을 수용하기 위한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했다.

사측은 노조 요구대로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이상 수준의 대우를 보장하는 대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업이익 10%의 성과급에 특별포상금 등을 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이날 역시 최종 합의가 미뤄지며 사후조정이 파업 직전인 20일까지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사가 조정안에 합의해도 전체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야 협상이 최종 마무리된다. 이 때문에 노사가 하루 더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19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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