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관리관 ‘인쇄 날인’이 불법?…부정선거론 유포에 칼 뺐다

고한솔 기자 2026. 5. 1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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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자유통일당 후보 쪽 개표참관인 3명이 "휴대전화 와이파이에 '화웨이(HUAWEI)-76A5'가 뜬다. 중국 세력이 개표 보고 시스템을 해킹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최근 부정선거 음모론은 "사전투표함이 바꿔치기 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유포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물리적 충돌과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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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특별대응팀 꾸려 총력 대응
사전투표소 경찰 2인1조 배치하기로
“부정선거론자 조직적 움직임 있어
표현자유 보장하되 처벌 강화해야”
지난해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월29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9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1. 2025년 4월 구로구청장 보궐선거 개표소.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자유통일당 후보 쪽 개표참관인 3명이 “휴대전화 와이파이에 ‘화웨이(HUAWEI)-76A5’가 뜬다. 중국 세력이 개표 보고 시스템을 해킹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은 투표함에 부착하는 특수 봉인지를 두고도 “뗐다 붙였다 해도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2. 2025년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 5월29일, 황교안 전 총리가 만든 부정선거부패방지대 소속 회원이 경남 하동군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에 무단 침입했다. 그는 밤 10시께 외벽 배관을 타고 내부에 침입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부정선거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선거질서 훼손행위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특별대응팀을 꾸리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19일 선관위 자료를 보면, 선거질서 훼손행위는 2022년 20대 대선 때 153건, 2024년 22대 국회의원 총선 때 733건, 지난해 21대 대선 때 1796건으로 선거마다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부정선거 음모론은 “사전투표함이 바꿔치기 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유포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물리적 충돌과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 사전투표 기간(5월29~30일)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선관위 직원 등을 상대로 가한 폭행·협박은 4건이 발생했다.

황교안 전 총리가 대표로 있는 자유와혁신은 지난 대선 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개인 도장’을 찍는 대신 ‘인쇄 날인’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공무원들을 무더기 고소했다. 투표관리관의 도장 날인은 투표용지가 선관위의 공식 투표용지임을 확인하는 행위다. 공직선거관리 규칙(제84조제3항)은 ‘구·시·군위원회 위원장이 거소투표용지에 자신의 도장을 찍거나 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자신의 도장을 찍는 경우 도장의 날인은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선관위가 사전투표관리관에게 ‘가짜 도장’을 사용하도록 불법 지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자유와혁신이 전국 읍·면·동 사무소에 ‘투표관리관 고소를 진행 중이다. 인쇄 날인은 불법이다’란 공문서를 보내 투표관리관으로 위촉된 공무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선관위는 지난 11일 자체 ‘투표질서 확립 특별대응팀’을 가동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지난 대선 기준 사전투표자 수가 많거나 소란이 예상되는 사전투표소 295곳(전국 3571곳 사전투표소 중 8.3%)에 2인1조의 정복 경찰관도 배치할 예정이다.

선거질서 훼손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법을 개정해 선거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대선 당시 발생한 1796건의 선거질서 훼손행위 중 고발·수사의뢰한 경우는 325건(18.1%)에 불과했다. 수사 단계로 넘어가도 ‘표현의 자유 때문에 처벌이 어렵다’ ‘고의성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처벌이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 2월 선거 업무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최대 징역 10년까지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국민의 비판을 ‘입틀막’하는 법안”이라고 반대하면서 처벌 강화 조항이 빠진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부정선거론을 퍼뜨리려는 움직임이 조직적·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공정한 선거 절차를 훼손하는 행위는 제재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동기획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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