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공존’일까 ‘통일 포기’일까…李정부 ‘2국가론’에 정치권 격랑

박성의 기자 2026. 5. 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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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평화적 2국가론은 李정부 평화공존정책 이행전략”
“이행전략 마련은 주무부처 책무…국가로 법적 승인 아냐”
국민의힘은 반발…장동혁 “김정은 교시가 헌법 위에”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치하는 북한과의 평화로운 공존은 가능한 것일까. 통일부가 올해 통일백서에 '평화적 두 국가론(論)'을 역설한 가운데, 대북 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이재명 정부의 첫 통일백서다. 통일부는 전날 발간한 통일백서에서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관계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 주장에 대해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관계'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고 기술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후 여러 차례 언급해 온 내용이지만, 그때마다 위헌 논란이 제기됐던 의견이 정부 공식 문서인 통일백서에 담기면서 파장이 커졌다. 헌법상 영토 조항과 평화통일 조항에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것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통일부는 먼저 해당 표현이 정부 전체의 입장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취재진과 만나 통일백서의 '평화적 두 국가'에 대해 "통일부 장관이 여러 계기에 밝힌,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등 평화공존 구상을 소개한 것"이라며 "정부 (전체)의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약 여섯 시간 뒤 다시 입장문을 내고, '평화적 두 국가'가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이행 전략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기자단을 통해 "통일부는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주무부처로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이행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그 책무"라며 "'평화적 두 국가'는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목표인 '남북 간 평화공존 제도화'를 달성하기 위한 이행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행 전략은 주무부처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마련해 추진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평화적 두 국가'가 북한을 법적 국가로 승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통일부는 "'평화적 두 국가'는 유엔에 동시 가입한 국제법상 두 국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남북연합에서의 두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북한을 법적인 국가로 승인한다는 의미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적 두 국가'는 사실상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북한의 체제와 주권을 존중한다는 의미"라며 "남북 유엔 동시가입 등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과 남북기본합의서의 특수관계를 존중하는 전제 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통일백서가 남북을 "사실상의 두 국가"로 기술한 데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반통일적 주장에 정부가 동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북한이 '두 국가 헌법'을 만들자 이재명과 정동영이 '두 국가 통일백서'로 화답했다"며 "김정은의 교시가 대한민국 헌법 위에 올라앉았다"고 했다. 장 대표는 "(통일백서가) '통일 지향'이니 '평화적'이니 수식어는 달았지만, 핵심은 '두 국가'"라며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이어 "북한 인권은 백서에서 사실상 사라졌고, '북한이탈주민'은 김정은이 바라는 대로 '북향민'으로 바뀌었고, 유엔 북한 인권 결의 채택 현황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현황도 (통일백서에서) 삭제됐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은 대통령에 취임하며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한다'고 선서해 놓고 평화적 통일마저 포기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수식어와 무관하게 남북관계를 특수관계가 아닌 '별개 국가'로 규정하는 순간, 통일 정책의 근간은 무너진다"며 "사실상 한반도 분단을 고착화하고 북한의 4대 세습 체제를 공인하는 꼴이며, 김정은의 반통일적 주장에 정부가 스스로 동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번 백서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영토 조항을 규정한 헌법 제3조, 평화적 통일 정책 수립을 명시한 제4조와 전면 충돌한다. 장관 개인의 대북관을 국가 공식 문서에 투영한 것은 직권남용이자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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