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세금 지켜주는 임차권등기, 황당한 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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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안 줄 때 세입자가 마지막 보루로 신청하는 게 바로 '임차권등기'입니다.
그런데 한 세입자의 임차권등기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집주인 측 법무사에 의해 몰래 말소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법원이 운영하는 전자소송 시스템의 허점 때문인데요.
박연신 기자가 단독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에 사는 A 씨는 전세보증금 1억 4천 800만 원에 전세계약을 맺었지만 계약이 끝난 뒤에도 보증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A 씨는 HUG,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보험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았고, 권리 보호를 위해 임차권등기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A 씨는 HUG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임차권등기가 말소됐으니, 이미 받아 간 전세보증금을 토해내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 씨 : "집주인 측 법무사가 명의를 도용해 위조를 한 거죠. (임차권) 말소가 법원에서 됐더라고요. 그제서야 알았어요. 위임을 해달라고 한 적도 없고…]
확인해 보니 대법원 전자소송 시스템에 A 씨 명의의 등기 해제 신청서와 위임장이 버젓이 접수돼 있었습니다.
집주인 측 법무사가 가짜로 만들어 올린 서류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바로 전자소송 시스템의 본인확인 절차 때문입니다.
현행 대법원 예규상, 서류 제출을 대행하는 법무사는 인감증명서를 따로 제출할 의무가 없습니다.
법무사 자격증만 있으면 실제 임차인 본인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도 남의 권리를 말소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서가희 / 법무법인 제현 변호사 : 임차권 등기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를 가더라도 보증금 반환 채권에 대한 담보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임차인 본인의 직접 전자서명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절차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더 황당한 건 검찰은 전자소송 시스템에 올라간 전자파일은 현행 판례상 형법상 '문서'로 보기 어렵다며 법무사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사기 친 집주인과 뚫려버린 법원 행정, 책임만 떠넘기는 보증기관까지 복합적인 제도 부실의 대가를 세입자 홀로 치르고 있습니다.
SBS Biz 박연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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