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만 집중”… 차가운 北 여자축구

남정훈 2026. 5. 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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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수원서 AWCL 준결승
北 리유일 내고향 감독 “성과 낼 것
인민 기대에 보답 위해 전력 다해”
민간단체서 국호 없이 공동 응원전
최휘영 장관 관람… 정동영은 불참
박길영 수원FC위민 감독 “꼭 승리”
“우리는 여기에 경기를 하러 왔습니다. 내일 경기와 앞으로 있을 경기에만 집중하겠습니다.”
무표정 기자회견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리유일 감독(왼쪽)과 공격수 김경영이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을 하루 앞둔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사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내고향) 리유일 감독이 수원FC 위민과 맞대결을 앞두고 남긴 각오다. 리 감독과 공격수 김경영은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을 하루 앞둔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내고향과 수원FC 위민은 20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준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북한 선수가 한국에서 열린 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건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에서 차효심이 장우진(세아)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에 출전한 이후 8년 만이다. 축구로 한정하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의 방남이다. 대표팀이 아닌 여자 축구 클럽팀의 방남은 최초다.

내고향과 수원FC 위민은 지난해 11월 미얀마에서 열린 조별리그에서 이미 맞대결을 펼쳐 내고향이 3-0 완승을 거둔 바 있다. 리 감독은 “결승 단계에 오른 4개 팀은 모두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이다. 조별리그에 만났다고 해서 성적에 누가 강하고 누가 약하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린 그저 내일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리유일 감독은 북한 여자 대표팀을 지휘하기도 한 베테랑 지도자다. 내고향이 북한 내 강팀인 4·25팀을 꺾고 창단 1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2022년에는 북한이 선정한 ‘최우수 감독’에도 뽑혔다. 리 감독은 1966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8강에 진출했을 당시 골키퍼를 맡았던 리찬명의 아들이기도 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19일 수원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고향의 에이스인 김경영은 “중요한 경기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게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팀 분위기는 아주 좋다. 인민과 부모 형제들의 믿음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경영도 우리에게는 친숙한 얼굴이다. 2017년 AFC 17세 이하(U-17) 여자 아시안컵 결승에서 한국을 2-0으로 꺾고 우승했을 때 추가 골을 넣었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는 역시 한국을 상대로 후반 추가 시간 페널티킥으로 쐐기 골을 넣어 4-1 승리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어 열린 수원FC 위민 기자회견에는 박길영 감독과 지소연이 선수단을 대표해 참석했다. 지소연은 북한 특유의 거친 도발에 대해선 “북한 선수들은 거칠고 욕설도 많이 한다. 상대가 욕하면 우리도 욕할 것이다. 상대가 걷어차면 우리도 걷어차겠다”고 ‘맞불 작전’을 예고했다. 박 감독도 “안방에서 기필코 승리하겠다. 지지 않고 싸우겠다”며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공개 훈련 아시아축구연맹 여자챔피언스리그 4강전 수원FC위민과 내고향축구단의 경기를 하루 앞둔 19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공개 훈련에서 북한 내고향축구단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수원=뉴스1
내고향과 수원FC 위민 맞대결에는 민간단체로 구성된 ‘2026 AFC-AWCL 여자축구 공동응원단’ 3000여명이 남북 선수단을 함께 응원하는 공동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클럽팀 대항전임을 고려해 남·북 국호는 사용하지 않고, 당일 양 팀 명칭과 선수 이름을 부르며 응원전을 펼 계획이다. 경기 응원 구호로는 “잘한다 수원, 힘내라 내고향”, “잘한다 내고향, 힘내라 수원” 등을, 선수 이름을 활용한 “멋지다 ○○○” 등의 호명 응원도 진행한다. 현수막과 응원 수건에는 ‘수원FC 위민 응원합니다’, ‘내고향여자축구단 반갑습니다’, ‘승리를 넘어서 BEYOND VICTORY’ 등의 문구가 담긴다.

두 사령탑 모두 공동응원단 등의 외적인 문제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리 감독은 “우리는 철저히 경기만 하러 온 것이다. 응원단 문제는 선수단과 감독이 상관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박 감독 역시 “경기 외적 일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관심이 내고향 팀에 쏠려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개의치 않겠다”고 답했다.

한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0일 경기를 관람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관람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AFC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에 우리 축구팀이 준결승전에 진출한 점을 고려해 주무 부처 장관이 참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수원=남정훈 기자, 조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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