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소송' 머스크 패소 … 오픈AI, IPO 걸림돌 해소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6. 5. 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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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올트먼 소송전 결과
오픈AI 영리 전환두고 충돌
美법원 "소송 너무 늦었다"
배심원단 만장일치 패소 평결
머스크 "항소할것" 즉각 반발
오픈AI, 경영 불확실성 걷어내
이르면 연내 기업상장 가능성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상대로 제기한 1500억달러(약 226조원) 규모 '세기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오픈AI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발목을 잡아온 최대 변수를 걷어내면서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 오클랜드지원 배심원단 9명은 머스크가 오픈AI와 올트먼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만장일치로 패소 평결을 내렸다. 숙의에 들어간 지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사건을 맡은 이본 곤잘레즈 로저스 판사는 권고적 효력만 갖는 배심 평결을 즉석에서 수용해 머스크 측 주장을 전부 기각했다.

◆ 공소시효에 막힌 머스크

쟁점은 단순했다. 머스크는 2015년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출범한 오픈AI에 '인류를 위한 비영리 AI 연구'라는 약속을 믿고 3800만달러를 출연했다. 그러나 올트먼과 그레그 브로크먼 오픈AI 사장이 회사를 사실상 영리 기업으로 바꿔 사적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 머스크의 주장이었다. 그는 두 사람의 해임과 함께 영리 자회사로 옮겨간 지분과 권한을 모두 비영리 모회사로 되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승부를 가른 것은 의외로 '소송을 언제 냈느냐'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은 이번 소송의 두 축인 공익신탁 의무 위반과 부당이득 혐의에 대해 침해 사실을 안 시점부터 각각 3년과 2년 안에 소송을 내도록 정하고 있다. 배심원단은 머스크가 최소 2021년 8월 이전에 오픈AI의 영리 전환과 MS 투자 유치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봤다. 실제로 그는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뷰 등을 통해 오픈AI의 폐쇄적 운영과 상업화 방향을 비판해왔다. 머스크가 정식 소장을 제출한 시점은 2024년 8월이었다. 배심원단은 오픈AI의 영리 전환이 정당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소송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오픈AI 측 논리를 받아들인 셈이다.

◆ 자선단체 약탈 vs 경쟁사 흠집내기

재판 과정에서 머스크는 '자선단체를 훔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오픈AI는 머스크 역시 영리 전환을 직접 추진했던 인물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2017년 머스크가 오픈AI 영리법인 지분 90%와 CEO 자리를 요구했다는 내부 이메일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올트먼은 머스크가 한때 오픈AI를 테슬라로 편입시키는 방안까지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갈등은 결국 머스크의 이탈로 이어졌고, 그는 2018년 오픈AI를 떠난 뒤 2023년 AI 기업 xAI를 설립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오픈AI는 이번 소송 자체가 경쟁사를 견제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비판해왔다. 오픈AI 측 대리인인 빌 새빗 변호사는 평결 직후 "이번 소송은 경쟁사를 방해하려는 위선적 시도였다"며 "AI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머스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법원에 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판결 직후 반발했다. 그는 엑스(X)에 "몇 년만 조용하면 자선단체를 마음껏 약탈해도 된다는 면허를 내준 셈"이라고 적었다. 머스크의 변호인은 항소 방침을 밝혔지만 시효 경과 여부가 사실 판단의 영역인 만큼 결론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소송 전문가인 앤드루 스톨트만 변호사는 워싱턴포스트(WP)에 "최고 수준의 변호인단을 갖추고도 공소시효 문제로 패소한 것은 세계 최고 부자에게 굴욕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 IPO 앞둔 오픈AI, 고비 넘겨

이번 판결로 오픈AI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로 예정된 IPO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의 요구가 받아들여졌을 경우 오픈AI는 영리법인 구조가 흔들리면서 경영이 마비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피소됐던 MS도 한숨을 돌렸다.

3주간의 재판은 두 거물의 그늘을 드러내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브로크먼이 보유한 오픈AI 지분가치가 300억달러에 이른다는 사실과 올트먼이 오픈AI와 거래 관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개인적으로 투자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머스크 역시 한때 지분 90%와 전권을 요구한 정황은 물론 자녀 4명을 둔 시본 질리스 전 오픈AI 이사를 통해 회사 내부 정보를 전달받아온 사실 등 사생활과 경영 행위가 얽힌 장면들이 공개되며 체면을 구겼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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