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대신 기술력으로 생산적금융” 농협은행이 8년 투자 ‘인내 자본’ 힘주는 이유

정호원 2026. 5. 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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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우 농협은행 농업·공공금융 부행장 인터뷰
전국 농·축·수협 및 산림조합 8180억 대손보전
바이오·영농로봇·드론기업에 투자 및 대출 강화
통합청주시 시금고 노하우로 전남광주통합시 자신
이영우 NH농협은행 농업·공공금융부문 부행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시중은행에는 없고 농협은행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조직이 있다. 바로 농협만의 독자적인 정체성과 역할을 상징하는 ‘농업·공공금융 부문’이다. 이 부문은 농업 정책자금을 지급·관리하는 ‘농업금융부’를 시작으로, 농업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농식품성장투자단’, 지역 시·도 금고를 관리하는 ‘공공금융부’, 그리고 정책자금 활성화로 농민들의 금융재기를 지원하는 ‘대손보전기금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사에서 만난 이영우 농협은행 부행장은 지난해부터 이 유일무이한 부문을 이끌고 있다. 이 부행장은 자신이 총괄하는 부서 중 가장 중요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곳으로 ‘대손보전기금부’를 첫손에 꼽았다. 그는 “이들이야말로 현재 금융권의 가장 중요한 화두인 ‘포용금융’을 최전선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웠다.

1995년 설립된 대손보전기금은 농림수산 정책자금 대출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 손실을 보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신용이나 담보력이 부족한 농민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금융 안전판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전국 농·축·수협 및 산림조합 사무소에 총 8180억원의 대손보전을 이행했다. 농협과 농협은행, 수협과 수협은행, 산림조합과 중앙회 등이 참여하고 농협은행 대손보전기금부가 관리하며, 농림축산식품부가 감독한다.

이 부행장은 “수익을 내거나 당장 성과가 드러나는 부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주목받지 못할 때도 있지만, 농협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가장 차별화된 강점”이라며 “정부가 요구하는 농협은행의 핵심 역할인 농업금융 강화의 중심에 바로 농업금융부와 대손보전기금부가 있다”고 강조했다.

농협은행은 현장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4월 ‘대손보전 팀-챗’ 리더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전국 권역별로 정책금융과 채권관리 전문가를 양성해 대손보전 업무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지난 2020년부터 7년간 전국 단위 리더 66명, 멤버 406명 규모의 정책자금 전문가를 양성했다.

이영우 NH농협은행 농업·공공금융부 부행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에서 열린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담보 대신 기술력…생산적 금융 이끄는 ‘농업금융’ = 이 부행장은 담보에 의존하던 기존 여신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생산적 금융’ 역시 농업금융부문의 핵심 역할이라고 피력했다. 바이오 건강식품 기업은 물론 영농 생육 상태를 점검하는 로봇이나 드론 개발 기업에 투자와 대출을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부행장은 “과거 금융기관의 대출은 지나치게 담보에 치중해 있었지만, 이제는 국민참여성장펀드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해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금을 저리에 공급하는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수한 농가와 기업을 발굴하는 것은 여신전문가들의 몫이다. 중소벤처기업중앙회 등 다양한 협회들이 농협은행과 기업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여기서 선정된 우수 기업들은 집중적으로 육성된다. 특히 농식품성장투자단은 직접 주주로 참여해 최대 8년간 투자하며 기다려주는 ‘인내 자본’의 역할을 자처한다. 단기 성과 압박 대신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농협은행이 운영하는 농식품기업 여신전문가(GD·Green Director) 제도도 눈길을 끈다. 종류가 수십 가지에 달하는 복잡한 정책자금을 적재적소에 연결해 주는 ‘농업 금융 코디네이터’다. 이들은 지역 허브로서 현지 여신 담당자들과 네트워킹을 형성하고 정책자금 교육을 담당한다. 해외 수출 길에 오르는 농식품 기업에는 ‘수출 규모화 사업’ 자금을 주선해 글로벌 진출을 돕기도 한다.

이 부행장은 장기적으로 ‘스마트팜 시공 표준계약서’ 도입을 구체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근 농가에 스마트팜이 급격히 보급되고 있지만, 시공사와의 계약 과정에서 통상 5억원 안팎의 거액이 소요됨에도 불공정 계약이나 사기 피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농협은행이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가 되어 시공사를 추천·관리하고 표준계약서 작성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이 부행장은 “정책자금을 받아 간 농업인이 부실 시공사를 만나 도산하면 은행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커진다”며 “아직은 구상 단계로, 향후 농식품부와의 긴밀한 조율을 거쳐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방 금융 거점 인프라 무기…전남광주통합 시금고 수성 자신” =공공금융부의 당면 과제는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금고 입찰에서의 ‘시·도금고 수성’이다. 지자체 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촘촘한 지점망과 안정적인 전산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시중은행이 전산망을 새로 구축하려면 1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농협은행은 이미 지역 곳곳에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 부행장은 “시골의 한 어르신이 지방세를 내려 할 때, 농협은행은 지역 농·축협 창구 어디서나 납부가 가능하다”며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철수하는 소외 지역에서 농협은행이 수행하는 금융 거점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농협은행은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전남광주통합시 첫 시금고 선점을 놓고 지방은행인 광주은행과 치열한 수성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전남은 농협은행이 1금고를, 광주는 광주은행이 1금고를 맡고 있는데, 이번 통합시금고 입찰 결과에 따라 지역 금융 지형도가 바뀔 전망이다. 결과는 오는 22일 최종 결정된다.

이 부행장의 집무실 한편에는 전국 시금고 현황이 그려진 지도가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농협은행은 현재 진주시, 가평군, 의정부시, 청양군, 부여군, 서천군 등 전국 각지의 핵심 시금고를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 부행장은 이번 시금고 수성에 대해 “100% 자신한다”며 강한 확신을 내비쳤다. 지방 지점 운영이 수익성 면에서는 적자일지라도,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전산망과 끈끈한 지역 사회공헌도가 강력한 무기라는 청사진이다. 그는 “농협은행은 지난 2014년 통합청주시 출범 당시에도 통합 지자체의 시금고를 성공적으로 수성했던 경험이 있다”며 이번 전남광주통합 시금고 수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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