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다카이치 안동 회담…한일 협력, 지방외교·공급망으로 넓혔다

라다솜 기자 2026. 5. 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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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쿄 넘어 안동·나라까지…양국 정상 첫 ‘상호 고향 방문’
공급망·LNG·원유 공조 강화…평택·화성·인천항 수혜 기대
조세이 탄광 희생자 DNA 감정 추진…과거사 협력 물꼬
AI·우주·바이오까지 협력 확대…한미일·한중일 병행 강조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경북 안동 한 호텔에서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부 출범 이후 한일 셔틀외교가 서울과 도쿄를 넘어 지방 도시로 확장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9일 경북 안동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공급망·에너지·안보 협력을 재확인했다. 수도에 머물렀던 정상외교 무대가 지역으로 넓어지면서 한일관계의 외연 역시 한층 확장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고향인 안동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직접 맞이했다. 지난 1월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일본 나라현을 찾은 데 이어 불과 4개월 만에 상호 고향 방문이 성사됐다. 한일 양국 정상이 서로의 고향을 찾은 것은 외교사상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총리 취임 후 벌써 네 번째 만나게 됐다"며 "한일 간 셔틀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정세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우방국 간 협력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이재명 대통령과 저의 리더십을 통해 양호한 일한관계의 기조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도·태평양 안정 속 양국 역할을 언급했다.

양 정상은 최근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 불안에 공동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3월 체결한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 성과를 점검하고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으며, LNG 수급협력 협약을 토대로 액화천연가스 공조를 강화하고 원유 수급·비축 관련 정보 공유 채널도 심화하기로 했다.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경북 안동 한 호텔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경기 산업계와 직결되는 경제 협력도 눈길을 끌었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부품 산업이 밀집한 경기 남부와 인천 경제권은 일본 소재·부품·장비 산업과 연계도가 높다. 이에 따라 한일 공급망 안정화는 지역 산업 경쟁력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평택·화성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천항 물류망은 이번 협력 강화의 직접적 수혜 지역으로 거론된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미일 협력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한중일 협력 필요성도 함께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동북아 지역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중일 3국이 공통의 이익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의 한반도' 구상을 설명하며 평화 공존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일본 측과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 산업 협력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양 정상은 AI, 우주 탐사, 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기업과 국민이 글로벌 AI 기본사회를 선도할 수 있다"고 밝히며 기술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회담에서는 과거사 문제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확인됐다. 양국은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 탄광에서 발굴된 강제동원 희생자 유해의 DNA 감정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외교당국 간 실무협의를 통해 감정 절차와 방식 협의를 이어온 끝에 구체적 이행 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조세이 탄광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 동원돼 일하던 현장으로, 1942년 수몰 사고로 다수 조선인이 희생된 장소다. 유해 신원 확인과 유족 확인은 오랜 기간 양국 시민사회와 유족들이 요구해온 과제였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DNA 감정이 곧 시작된다"며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인도주의적 사안부터 협력해 나가는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민감한 역사 현안을 정면 충돌 구도로 다루기보다 유해 신원 확인과 유족 지원 등 실질적으로 접근 가능한 영역부터 협력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강제동원과 역사 인식 문제를 둘러싼 기존 갈등 구조 속에서, 이번 DNA 감정 협력이 실질 성과로 이어질 경우 향후 추가 역사 현안 논의의 신뢰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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