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차관도 ‘두 국가론’ 비판... “정동영, 정부 밖에서 주장하라”

김민서 기자 2026. 5. 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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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통일부, ‘평화적 두 국가’ 논란 확산에 오전엔 “정부 전체 입장 아냐” 오후엔 “통일부가 주무부처”

김천식 전 통일연구원장은 19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향해 “(평화적) 두 국가 관계가 장관의 소신이라면 정부 밖에서 주장하라”고 했다.

김천식 전 통일연연구원장. /장련성 기자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 전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남북한 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며 “통일을 지향하기 때문에 특수관계이고, 특수관계이기 때문에 통일을 지향한다”고 했다.

김 전 원장은 1991년 남북이 남북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규정한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당시 실무자로 참여한 통일 전문가다. 지난해 11월 임기 8개월을 남겨 놓고 “통일을 지우려는 정부에서 통일을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장으로서 계속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하다”며 사의를 표명해 화제가 됐다.

김 전 원장은 이날 “두 국가론은 특수관계를 폐기하는 것이고 이는 통일포기와 공존관계를 고착화한다”고 했다. 평화공존은 결국 통일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취지다. 김 전 원장은 “그래서 (평화적 두 국가론은) 반통일 주장이고 반민족 행위”라며 “두 국가 관계가 정동영 장관의 소신이라면 정부 밖에서 주장하라”고 했다. 김 전 원장은 “통일부 공무원이 되어서도 헌법과 법률에 배치되고 통일부의 존립을 위협하는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남북이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는 남북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규정했다. 역대 정부는 대북·통일 정책을 입안·이행하면서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남북 특수 관계론’ 원칙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평화적 두 국가론’을 주장했고 현 정부의 첫 ‘통일 백서’에도 자신의 주장을 그대로 담았다. 통일부가 발간한 ‘통일백서’는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해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관계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정부가 발간하는 ‘통일백서’에 남북을 “사실상의 두 국가”로 기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발간하는 통일백서에 남북을 “사실상의 두 국가”로 기술한 내용이 포함되자 야권에서는 정 장관의 즉각적 경질을 요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북한이 ‘두 국가 헌법’을 만들자 이재명과 정동영이 ‘두 국가 통일백서’로 화답했다”며 “김정은의 교시가 대한민국 헌법 위에 올라앉았다”고 했다. 장 대표는 “(통일백서가) ‘통일 지향’이니 ‘평화적’이니 수식어는 달았지만, 핵심은 ‘두 국가’”라며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수식어와 무관하게 남북 관계를 특수 관계가 아닌 ‘별개 국가’로 규정하는 순간, 통일 정책의 근간은 무너진다”며 “장관 개인의 대북관을 국가 공식 문서에 투영한 것은 직권 남용이자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일 백서에 반영된 ‘평화적 두 국가론’은 정부 전체의 입장이 아니라 통일부의 구상”이라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는 한반도 평화 공존 정책의 목표 중 하나인 남북 간 평화 공존 제도화를 위해 통일부가 검토 중인 구상 중 하나”라며 “이것이 북한을 법적인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재차 ‘평화적 두 국가’가 헌법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설명 자료를 냈다. 통일부는 “통일부의 ‘평화적 두 국가’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과 전혀 다른 것”이라며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는 남북 간 특수관계성을 포기하고 남과 북을 외국으로 주장하며 통일을 부정하는 것이지만 통일부의 ‘평화적 두 국가’는 남북 간 특수관계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며 북한을 외국으로 보지 않고 통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존재한다”고 했다.

당초 오전에 평화적 두 국가가 정부 전체 입장은 아니라고 설명했던 통일부는 오후에는 “평화적 두 국가는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목표인 ‘남북 간 평화공존 제도화’를 달성하기 위한 이행 전략”이라며 “이러한 이행 전략은 주무부처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마련해서 추진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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