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92조 던질 때 살아남은 지주사들... SK·두산·한화 쓸어 담았다

권우석 기자 2026. 5. 1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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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대규모 순매도에도 SK·두산 등 지주사는 순매수
자회사 성장성·정책 모멘텀 기대감…지주사 테마로 묶기보단 개별 기업 ‘옥석 가리기’ 필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매물 폭탄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일부 지주회사 종목은 적극적으로 쓸어 담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히 저PBR(주가순자산비율)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자회사 성장성과 현금 창출력, 주주 환원 여력 등을 중심으로 지주사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92조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반면 주요 지주사 종목은 일제히 사들였다. SK(5846억원), 두산(5340억원), 한화(3455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도 가파르게 튀었다. 올해 들어 SK는 102.3%, 두산은 92.1% 급등하며 두 배 안팎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외인의 지분율 몸집도 커졌다. 이 기간 SK의 외국인 지분율은 26.93%에서 29.78%로 뛰었고, 두산 역시 14.96%에서 18.89%로 올라왔다.

코스피가 3%대 하락 마감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4.38포인트(3.25%) 하락한 7271.66에 거래를 마쳤다./뉴스1

증권가에서는 최근 외국인 자금이 단순 저평가 테마보다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고 배당 매력이 있는 지주사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주사는 자회사 배당과 브랜드 사용료 등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구조여서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지주사 강세는 과거처럼 단순 방어주 성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조선·방산 등 특정 산업 성장 기대감이 반영된 일부 지주사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HD현대는 조선·전력기기·건설기계 업황 호조가 이어지고 있고, 한화 역시 방산·우주·에너지 등 핵심 계열사 성장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SK는 그룹 구조 개편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실트론 매각 추진과 SK에코플랜트 지분 재편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혼 소송 관련 지배 구조 이슈도 수급 변동성을 키웠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 급등에 따른 SK스퀘어 지분 가치 상승 역시 영향을 미쳤다.

반면 모든 지주사가 같은 흐름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CJ 주가는 올해 초 기록한 17만원 선에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자회사 실적 부진과 콘텐츠·유통 업황 둔화 영향 때문이다. 실제 CJ ENM은 TV 광고 부진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고, CJ제일제당 역시 바이오 부문 부진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최근 지주사 랠리를 단순 ‘지주사 테마’로 보기보다 개별 기업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 덕분에 지주사가 대표적인 방어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자회사 업황과 실적 기대감이 주가를 좌우하면서 종목별 변동성 차이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날 코스피가 3% 넘게 하락하자 LG(-8.75%), 두산(-5.84%), 삼성물산(-4.76%) 등 주요 지주사들도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정책 기대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동안 국내 지주사는 총수 일가와 일반 주주 간 이해상충 구조, 중복 상장 우려, 상속세 부담에 따른 ‘주가 누르기’ 논란 등으로 만성적인 할인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 시행과 함께 정치권에서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향후 중복 상장 규제가 강화될 경우 저평가된 자회사 가치를 활용한 합병이나 추가 상장이 어려워지면서 지주사 할인율이 축소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정책 수혜 역시 기업별로 차별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지주사 특성상 대부분 지주사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안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중복 상장 규제는 향후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있는 비상장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들에 효과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CJ·LS 등은 향후 자회사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왔던 만큼 규제 강화 시 지주사 가치 희석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SK·두산 등 일부 지주사는 이미 PBR이 크게 올라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할인 해소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제는 단순 저PBR보다 자회사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 여력이 함께 뒷받침되는 기업 중심으로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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