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 ‘한컴’으로 새출발… AI 에이전트 OS 기업 전환
소버린 에이전틱 OS로 공공·국방·금융 시장 공략
한글과컴퓨터가 36년 만에 사명을 '한컴(HANCOM)'으로 바꾸고 인공지능 에이전트(AI Agent) 운영체제(OS)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문서 소프트웨어 기업을 넘어 기업과 공공기관의 내부 데이터, AI 모델, 업무 시스템, 권한 체계를 연결·통제하는 '소버린 에이전틱 OS(Sovereign Agentic OS)' 시장을 겨냥한다는 전략이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사람이 묻고 AI가 답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는 AI가 스스로 일을 끝내는 시대이고, 다음은 다수의 에이전트를 조율하고 통제하는 에이전트 OS의 시대"라고 말했다.
소버린 에이전틱 OS는 조직 내부 데이터와 외부 AI 모델, 기존 업무 시스템, 권한 체계를 하나의 안전한 환경에서 연결하고 통제하는 AI 에이전트 운영체제다. 한컴은 공공·국방·금융·헬스케어처럼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에 맡기기 어려운 분야에서 소버린 에이전틱 OS의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AI 매출 첫 공개…"이미 AI로 돈 버는 회사"
한컴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AI 매출을 공개했다. 2025년 별도 기준 매출은 1753억원으로 전년 1591억원보다 162억원(10.2%) 늘었다. 매출 증가분에서 AI 관련 매출이 54.6%를 차지했다. AI 패키지 매출은 약 8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도 AI 매출 비중은 더 커졌다. 2026년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465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AI 매출은 5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1.21%를 차지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AI 매출 비중이 0.04% 수준이었던 데 비해 큰 폭의 성장이다.
김 대표는 "한컴은 AI를 준비 중인 회사가 아니라 이미 AI로 돈을 버는 회사"라며 "지난해 매출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AI에서 나왔고, 올해는 그 흐름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컴 측 설명에 따르면 AI 매출은 단순히 AI 기능이 일부 포함된 제품 매출이 아니라,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오픈소스·개발 도구·플랫폼 매출을 모두 포함한다. 한컴 어시스턴트, 한컴피디아, 데이터 로더 등 온프레미스 AI 솔루션과 API·SDK 개발 모듈, AI 웹에디터·독스 AI 등 클라우드·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플랫폼 매출이 포함된다.
한컴은 2026년 1분기 기준 자사 B2B 고객 중 AI 패키지를 실제 업무에 도입한 비율이 4.2%라고 밝혔다. AI 패키지 출시 1년이 채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빅테크의 AI 제품 전환율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게 한컴 측 설명이다. 한컴에 따르면 지난해 SaaS 방식으로 솔루션을 사용하던 기업 고객 중 54%가 갱신 시점에 AI 패키지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나, AI 사업 전환 역시 순조롭다는 평가다.
문서 데이터 기술로 에이전트 OS 기반 마련
한컴은 AI 패키지 성과를 발판으로, 여러 AI 에이전트가 기업 업무를 수행하도록 조율하는 에이전트 OS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 기반으로 제시한 것은 문서 데이터 처리 기술이다. AI 에이전트가 기업 업무를 수행하려면 문서 안의 표, 문단, 제목, 읽기 순서 등 비정형 정보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한컴은 36년간 쌓은 문서 파싱 기술이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봤다.
대표 기술은 오픈데이터로더(ODL)다. ODL은 PDF 등 문서 데이터를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오픈소스 기술이다. 한컴은 올해 3월 출시한 ODL V2.0이 종합 점수, 읽기 순서, 표 추출, 헤딩 인식 등 주요 벤치마크 4개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 오픈소스를 앞섰다고 밝혔다. 출시 두 달 만에 깃허브(GitHub) 트렌딩 1위 리포지토리에도 올랐다.
김 대표는 "오픈소스 전략은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니라 오픈코어 전략"이라며 "핵심 엔진을 무료로 개방해 글로벌 표준 자리를 가져가고, 그 위에서 동작하는 상용 AI 애드온과 B2B·B2G 솔루션으로 수익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컴은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집중하기보다 고객이 원하는 AI 모델을 선택해 붙일 수 있는 구조를 택했다. 데이터 원천 기술, 실행 도구, 보안·거버넌스 환경을 제공하고, 그 위에서 작동하는 LLM은 고객이 선택하도록 하는 비종속 구조다.
김 대표는 "한컴이 말하는 소버린은 외부와 단절된 폐쇄형 환경이 아니라, 고객이 업무 환경에 맞는 AI 모델과 시스템을 직접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6월 베타 공개… 한컴오피스는 상시 업데이트 체계로
한컴은 에이전트 OS 개발을 중심으로 조직 역량을 재편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에이전트 OS를 직접 개발하거나 기획하는 인력이 전사의 30% 정도이고, 나머지 인력도 에이전틱 OS에서 활용할 기술 모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시 일정도 제시했다. 한컴은 6월 에이전트 OS 베타 버전을 내고, 하반기 실제 고객 환경에서 검증하는 버전을 제공할 계획이다. 개념검증(PoC)을 거쳐 2027년 상반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한다.
글로벌 첫 타깃은 유럽이다. 한컴은 유럽을 개인정보보호법(GDPR)과 AI법(AI Act)이 동시에 작동하는 AI 주권 시장으로 봤다. 현재 유럽 현지 파트너 3곳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거나 체결을 앞두고 있다.
사명 변경에 맞춰 제품 정책도 바꾼다. 한컴은 '한컴오피스 2024'를 마지막으로 기존 연식제 패키지 발매를 종료한다. 앞으로 한컴오피스는 새 버전을 2~3년 단위로 내놓는 방식이 아니라 AI 기능을 상시 반영하는 플랫폼 형태로 운영된다.
김 대표는 "한글과컴퓨터라는 이름은 한국어 문서 처리의 표준을 만든 출발점이었지만, 이제 한컴이 다루는 영역은 문서를 넘어 데이터로, 컴퓨터를 넘어 AI 에이전트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로 확장됐다"며 "데이터 주권과 AI 실행 환경을 통합 제공하는 소버린 에이전틱 OS 기업으로 한컴의 새로운 36년을 힘차게 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종길 기자
jk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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