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명 짐 쌌다"…삼성전자 非반도체 직원들 결국 '폭발'

김대영 2026. 5. 19. 15:5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DX 직원들, 교섭 중지 가처분
법무법인 노바 "의견 수렴 절차 등 부당"
수원지법, 오는 20일 가처분 심문기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뉴스1

삼성전자 총파업을 앞두고 노조 내부에서 또 다른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소속 비반도체 부문 조합원들이 단체교섭 요구안 확정 절차가 위법하다면서 법원에 교섭 중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낸 데 이어 심문기일 전 기자회견을 예고해 노노 갈등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노바는 오는 20일 오전 9시30분 수원지법 앞에서 초기업노조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 관련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심문기일은 같은 날 오전 10시20분 진행된다. 기자회견에는 가처분 신청인 당사자인 초기업노조 소속 DX부문 조합원들과 이돈호 법무법인 노바 대표변호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 조합원들은 앞서 초기업노조 교섭 절차가 부당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무법인 노바는 삼성전자 DX부문 조합원 5명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를 대리해 지난 15일 수원지법에 '2026년 임금·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초기업노조가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하면서 총회 의결과 정상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바는 노동조합법이 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는 데다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총회 의결 사항으로 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초기업노조 규약 제51조엔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할 때 조합원 의견 수렴 절차와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바는 준비서면에서 "채무자는 총회 의결은 물론이고 총회 소집 통지조차 없이 교섭요구안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대의원회 의결로 총회 의결을 갈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초기업노조가 설립 후 약 3년이 지나도록 대의원회를 구성하지 않았던 만큼 이 같은 절차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온라인 설문조사'도 적법한 의견 수렴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바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11월6일 운영위원회에서 "교섭 시점이 가까워 전체 의견 수렴 불가"라는 이유로 내부에서 20가지 안건을 조율했다. 다음 날엔 네이버폼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합원들에게 20개 항목 중 5개를 고르도록 한 방식이었지만 집행부가 사전에 고른 제한적 선택지를 제시한 데 그쳐 실질적 의견 수렴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주장이다. 

설문 결과 공개 절차도 문제 삼았다. 노바는 초기업노조가 설문 이후 어떤 안건이 어느 정도 득표해 채택됐는지 별도로 알리지 않은 채 교섭요구안을 확정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이 교섭요구안을 확정할 절차적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섭요구안 내용이 특정 부문에 치우쳤다는 주장도 펼쳤다. 노바는 초기업노조 요구안이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 제도 투명화와 OPI 지급 상한 폐지 등을 핵심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사업부문 실적과 밀접하게 연동되는 성과급 제도인 만큼 DS부문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DX부문 등 다른 사업부문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는 선택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바는 위법하게 확정된 교섭요구안을 토대로 단체협약이 체결되면 조합원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근로조건의 일반적 구속력이 채권자들을 포함한 약 13만명 근로자에게 미치는 만큼 사후 본안소송으로 다투더라도 수년간 위법 상태를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내부 분위기도 가처분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노바는 최근 약 한 달 사이 약 4000명에 이르는 조합원이 초기업노조 탈퇴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조 대표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관해 조합원 내부에서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노바는 입장문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성은 집행부의 결정으로 저절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적법한 절차에 따른 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 충분한 숙의와 의견 수렴 등 민주적 절차를 통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비민주적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고 조합원들의 정당한 권리가 보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