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서민의 발' 묶이자… 케냐 전역에서 분노 폭발
도로에 불 지르고 상점 약탈
정부 "범죄세력이 시위에 개입"

미국·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상승하자 케냐 전역에서 이에 분노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케냐 서민들이 이용하는 민간 버스가 기름값을 낮추라며 파업에 돌입하자, 발이 묶인 시민들은 도로에 불을 지르는 등 정부를 압박했다.
케냐 매체 케냐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케냐 전역에서 벌어진 고유가 반대 시위로 4명이 숨지고 약 30명이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하는 등 시위는 폭력적으로 진행됐고, 케냐 당국은 348명을 체포했다.
이번 시위의 발단은 케냐 서민들의 대중교통인 미니버스 '마타투'의 파업이었다. 마타투는 민간 회사가 운영하는 버스로 요금이 저렴해 통근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상승하며 타격을 입었다. 올해 3월 리터(L)당 166.54실링이던 디젤 최고가는 4월 206.84실링으로 약 25% 상승했다.
고유가에 신음하던 마타투 업계는 15일 케냐 정부가 디젤 최고가를 242.92실링으로 20%가량 재차 인상하자 이날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최고가를 낮추지 않으면 마타투를 운영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파업을 주도한 케냐교통연합은 "이번 행동은 단지 운송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케냐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타투 운행 중단으로 등교와 출근을 할 수 없게 된 시민들은 고유가 반대 시위대가 됐다. 도로에 불을 지르거나 바리케이드를 쳤고, 일부 자가용 차량 운전자를 막기도 했다.
케냐 정부는 19일 디젤 최고가를 약 10실링 낮췄지만, 운송업계의 만족을 얻어낼지는 미지수다. 케냐교통연합은 "현재 비용으로는 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며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지급 등 유의미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20일까지 파업을 연장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케냐 정부는 외부 세력의 개입을 주장했다. 키프춤바 무르코멘 내무부 장관은 "일부 정치 세력들이 혼란을 야기하고 정치적 선동은 우려스러운 수준에 도달했다"고 비판했다. 연료 가격 상승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국제적 요인으로 인해 일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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