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팔란티어' 노린다…한컴, '에이전틱 AI' 기업 전환

노명현 2026. 5. 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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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만에 사명변경…'한글과컴퓨터→한컴'
'한컴오피스' 발매 종료…플랫폼으로 전환
36년간 지켜온 사명과 성공 문법을 우리 손으로 파기한다. 소버린 에이전틱 운영체계(OS, Operating system) 기업이라는 한컴의 단독 브랜드가 앞으로 36년을 이끌 비전이다.
김수연 한컴 대표는 19일 전략 발표회를 갖고 '소버린 에이전트 인공지능(AI) 운영체계(OS) 기업으로의 전환과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사진=한컴

김연수 한컴 대표가 '에이전틱 인공지능(AI) OS'를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미 AI 사업 매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등 기술 성과를 입증한 만큼 글로벌 에이전틱 OS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특히 36년 만에 간판을 '한글과컴퓨터'에서 '한컴'으로 교체하고, 상징과도 같은 한컴오피스 연식제(패키지명에 연도명 기입) 패키지 발매를 종료한다. 한컴오피스는 AI 기능 고도화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플랫폼 형태로 진화시킨다는 구상이다.

AI 경쟁력, 실적으로 평가

한컴은 19일 전략 발표회 '한컴 : 더 시프트'를 열고 소버린 에이전틱 OS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소버린 에이전틱 OS는 조직 내부 데이터와 외부 AI 모델, 기존 업무 시스템과 권한 체계를 하나의 환경에서 연결하고 통제하는 통합 AI 에이전트 운영체제다. 

글로벌 AI 시장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트화'와 데이터 독립성을 중시하는 '주권화' 방향으로 동시에 확장되고 있다. 이에 두 시장이 중첩되는 영역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한컴은 글로벌 에이전틱 AI 시장 전망(마켓앤마켓, 2032년 932억달러 추정)을 기반으로 자체 분석한 결과, 소버린 에이전틱 OS 글로벌 유효시장(SAM) 규모가 2030년에 10조~14조원(70억~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에 위임하기 어려운 공공과 국방, 금융과 헬스케어 등이 핵심 수요처가 될 전망다.

한컴의 이 같은 방향 설정은 AI 사업화 성과를 기반으로 한다. 지난해 한컴의 별도기준 매출액은 1753억원으로 전년보다 10.2%(162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매출 증가분 가운데 AI패키지 매출이 89억원으로 절반 이상(54.6%)을 차지했다.

김 대표는 "신규 고객 확보 없이 기존 20만 고객 기반에 AI 패키지를 얹어 고객당 매출(ARPU)을 늘리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며 "작년에도 별도기준 영업이익률 29%를 기록하며 외형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설했다.

팔란티어 성공모델 따른다

한컴은 36년 동안 쌓아온 데이터 원천 기술과 AX 임상 데이터, 20만 고객 자산과 개방형 AX 표준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소버린 에이전틱 OS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한컴은 모든 문서를 AI가 인식할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올 3월 출시한 오픈 데이터 로더(ODL) 2.0버전은 주요 벤치마크 4개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상용 솔루션 출시를 통한 기술 검증과 한컴 내부 750건 이상 AI 도입 사례를 통한 자체 임상, 외부 대형 공공망 레퍼런스 확보 등을 거쳤거나 진행하고 있다.

한컴은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이 아닌 데이터 원천과 실행 도구, 보안과 거버넌스 환경을 통합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위에서 LLM은 이용자가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합할 수 있도록 비종속 아키텍처를 지원한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미국 '팔란티어'의 구조와 본질적으로 같다는 설명이다. 팔란티어는 자체 LLM 없이 데이터 통합 플랫폼과 온톨로지(데이터 의미와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의한 지식 체계), 에이전트 플랫폼을 결합했다.

김 대표는 "한컴이 정의한 소버린은 외부망 단절이 아닌 이용자가 최적의 AI 모델과 시스템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완벽한 주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한컴' DNA

한컴은 글로벌 소버린 에이전틱 OS 기업 전환을 위해 그간의 성공 방정식에서 과감히 벗어나기로 했다. 사명을 36년 만에 한글과컴퓨터에서 한컴(HANCOM)으로 변경하고, '한컴오피스 2024'를 마지막으로 연식제 패키지 발매도 종료한다. 한컴오피스는 AI 기능 고도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AI 진화 속도를 연 단위 패키지 발매가 따라갈 수 없고, 한컴 본업도 문서 도구에서 AI 운영체계로 옮겨갔다"며 "이용자들은 더 이상 새 버전을 2~3년 주기로 기다릴 필요가 없다. 한컴이 AI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면 이용자 시스템에 바로 제공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업 구조 변화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컴오피스 계약 구조는 이미 연간 구독 모델로 전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한컴오피스 라이선스 연간 계약은 70~80% 수준이다. 연간 이용자는 계약 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상시 업데이트를 통해 별도 조치 없이 최신 오피스와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한컴이 다루는 영역은 문서를 넘어 데이터로, 컴퓨터를 넘어 AI 에이전트로 확장됐다"며 "소버린 에이전틱 OS 기업으로서 새로운 36년을 열어가겠다"고 자신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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