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여자·청춘”…한국영화 제목에 담긴 시대의 욕망
8400여 편 영상·그래픽으로 구현
‘읽는’ 제목에서 ‘감각하는’ 제목으로

2시간짜리 영화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지난 100여 년간의 한국영화를 제목으로만 조명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지난 8일부터 오는 8월 29일까지 개최하는 '제목전(展)-텍스트, 타이포그래피, 무빙 이미지'다.
이번 전시는 최초의 한국 영화 '의리적 구토'(1919)부터 지난해 개봉작까지 한국영화 8400여 편의 제목을 수집·분석해 애니메이션, 영상, 그래픽 디자인 등으로 풀어냈다. 영화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디자인 요소로서 '타이틀'에 주목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대표 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의 작업 과정도 공개된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군체' 등의 포스터를 제작한 '스튜디오 빛나는', '더 글로리'·'파묘' 등의 포스터를 작업한 '꽃피는 봄이 오면', 최근 미쟝센단편영화제 포스터를 선보인 '프로파간다' 등이 참여했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넘나드는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통해, 한 편의 영화가 이미지 한 장으로 압축되는 과정과 제목이 영화의 정체성을 만드는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제목을 텍스트에서 움직이는 이미지로 확장한 동시대 창작자들의 실험적 작업도 함께 소개된다. 한국영화 속 대사와 구절들을 한 편의 시(詩)로 재구성한 작업, '올드보이', '괴물' 등 2000년대 영화 제목들이 생동감 있게 꿈틀거리는 모핑 애니메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늘 읽기만 했던 제목을 다양한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영화에서 제목은 어떠한 의미를 지닐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전시"라며 "영화를 보기 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제목이 영화의 감정뿐 아니라 시대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