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못 돌려받은 세입자…새 건물주에게도 청구 가능해 [조광희의 판례로 보는 세상]

조광희 2026. 5. 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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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종료된 임대차라도 대항력 유지될 수 있어”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부담
상가 거래·정비사업 실무상 책임 커진다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대차계약은 기본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만 효력이 발생하는 채권계약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그 내용을 주장할 수 없다. 그런데 상가건물 임차인의 경우 대부분 경제적·사회적으로 상대적 약자의 지위에 있고, 임차보증금 역시 생계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 법은 임차인을 특별히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이른바 '대항력' 제도를 두고 있다. 상가 임차인이 건물을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마치면, 임차인은 제3자에 대해서도 자신의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즉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은 건물이 매매되거나 경매로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새로운 소유자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고, 임대인의 지위 승계나 보증금 반환 등 임대차상 권리를 보호받게 된다. 따라서 임대차 도중 건물 소유자가 변경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새로운 소유자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고, 임차인은 변경된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 등을 청구할 수 있다.

 건물주 바뀌면 보증금 책임도 넘어갈까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대항력은 어디까지나 임대차계약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권리인데, 임대차 기간이 이미 종료된 경우에도 여전히 새로운 소유자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 형식적으로만 보면 임대차가 종료된 이상 대항력 역시 소멸한 것으로 보일 수 있고, 그렇다면 계약 종료 후 건물을 취득한 사람에게 임대인의 지위 승계를 주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었더라도 일정한 경우에는 여전히 대항력이 유지되고, 새로운 소유자에게도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6. 4. 9. 선고 2023다307116 판결).

이 사건은 정비구역 내 상가건물에 관한 임대차가 기간만료로 종료되었으나, 임차인이 아직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인 피고가 기존 소유자로부터 상가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자, 임차인은 새로운 소유자인 조합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었다 하더라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았다면 법률상 임대차관계는 여전히 존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에 따라 대항력 역시 유지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새로운 소유자인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며,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이 제시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2항은 임대차가 기간만료나 합의해지 등으로 종료되더라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 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하고 있다. 이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는 목적물 점유를 계속 보호함으로써 보증금 반환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둘째, 같은 법 제3조는 대항력을 취득한 임차인의 경우 건물의 소유자가 변경되면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대항력을 갖춘 임대차에서는 건물 양도와 동시에 임대인의 권리·의무 역시 새로운 소유자에게 이전된다는 것이다.

셋째, 임대차 종료 이후라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아 법률상 임대차 관계가 존속하는 이상, 그 상태에서 건물이 양도되면 양수인은 종료된 임대차 관계에서의 임대인 지위까지 그대로 승계하게 된다. 결국 양수인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부담하고, 기존 소유자는 임대차 관계에서 벗어나게 된다.

 대법원 판결, 재건축·매매 실무 뒤흔드나

이번 판결은 상가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이 단순히 '임대차 기간 중의 권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이 완료될 때까지 실질적인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이나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상가 소유자가 변경되는 경우, 새로운 소유자가 예상하지 못한 보증금 반환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무상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면 계약기간이 종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중요한 보호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건물을 양수하려는 매수인이나 정비사업조합 입장에서는, 해당 건물에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존재하는지와 보증금 반환 여부를 사전에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건물만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거액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까지 함께 떠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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