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80% 급감… ‘실적 부진’ 서희건설, 금융수익 의존 높아졌다

건설경기 침체와 내부통제 리스크로 내홍을 겪은 서희건설이 올해 1분기 본업 부진 속에서도 금융수익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공시에 따르면, 서희건설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917억원으로 전년 동기 2870억원 대비 33.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05억원으로 전년 동기 509억원보다 79.4% 급감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194억원으로 전년 동기(166억원) 대비 16.9% 증가했다. 이는 건설사업 실적 개선에 따른 결과라기보다 보유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회사는 1분기 금융수익으로 314억원을 반영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은 글로벌 기술주 투자에 따른 공정가치 평가이익(214억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희건설은 그간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기술주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왔으며, 이번 분기에도 해당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이 순이익 증가를 이끌었다.
다만 이러한 구조는 건설 본업과 무관하게 글로벌 증시 변동성에 따라 실적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금흐름 또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서희건설의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92억원으로 전년 동기 -1011억원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유출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상 자산·부채 변동에서 572억원가량 현금이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투자활동현금흐름 역시 -481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장기대여금 증가와 금융상품 운용 등이 현금 유출 부담을 키웠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2185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330억원으로 39%가량 줄었다.
특히 공사대금 회수 지연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매출채권 및 기타유동채권은 지난해 말 2206억원에서 올해 3월 말 2857억원으로 늘었다. 이 중 공사미수금은 2484억원에서 3278억원으로 32.0%증가했다. 이에 따라 손상차손누계액도 518억원에서 608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주로 하는 회사의 특성상 조합의 자금 사정에 따라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가 재무제표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채 구조 안정적 흐름을 유지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부채총계는 5590억원, 자본총계는 1조88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약 51.3%를 기록하며 건설업계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다만 유동부채는 3578억원에서 3792억원으로 6.0%증가했고, 초과청구공사도 549억원에서 879억원으로 60.1% 늘며 단기 유동성 부담은 커진 모습을 보였다.
겉으로 드러난 재무지표보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우발채무다. 주석상 금융보증 제공에 따른 신용위험 최대 노출액은 1조7636억원, 보증한도는 3조4278억원에 달한다. 약정사항에는 지역주택조합 수분양자 중도금, 브릿지대출, 유동화 관련 보증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조합이나 시행사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이 같은 지급보증이 실제 채무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은 잠재 리스크로 꼽힌다.
사업 외 리스크도 남아 있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4월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 제5-2공구 현장에서 발생한 지하 구조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관계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해당 사고를 설계 오류에 시공·감리 부실이 더해진 인재로 판단한 만큼 향후 책임 범위와 후속 조치에 따라 추가 비용 부담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고위 임원의 횡령·배임 이슈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올해 5월 4일 주식 거래가 재개됐다.
회사는 사외이사 3인과 상근감사를 새로 선임하는 등 개선안을 내놨지만 창업주 이봉관 회장과 장녀 이은희 부사장, 차녀 이성희 전무, 삼녀 이도희 실장 등 오너 일가 4인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이사회 독립성 부족이라는 지적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서희건설 측은 “경영진이 위험관리를 감독하고 있으며 재무본부를 중심으로 재무위험을 관리·측정하고 있다”며 “투기 목적의 파생상품 거래는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입을 적절히 혼용해 이자율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며 “금융상품 특성 및 만기와 영업현금흐름의 추정치를 고려하는 등 특유의 유동성 전략 및 계획을 통해 자금부족에 따른 위험도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승표 기자 spho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