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만 만들지 않는다” 황정민 말대로…컴퓨터 떼고 ‘글로벌 AI’ 전환
실시간 진화 AI 생태계에 올라탄다…세계 시장 조준
“한컴, 문서만 만드는 회사 아닙니다.”
나지막하지만 확신에 찬 배우 황정민의 한마디는 ‘한글과컴퓨터’가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쓰겠다는 예고와도 같았다.
흩어진 금융 자산부터 일상의 안전까지 완벽하게 통제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 지휘자 위치를 부여, 문서 프로그램 제작 기업으로 오랫동안 굳어진 이미지의 탈피를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영상을 본 ‘문서 자동화’ 등 업무 편의성이 한층 높아지길 기대하는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을 증명하듯, 과감한 체질 개선은 기업의 얼굴까지 바꾸는 대대적인 혁신으로 이어졌다.

한글과컴퓨터는 창립 36년 만에 사명을 ‘한컴(HANCOM)’으로 변경한다고 19일 알렸다. 1990년 창립 이래 지켜온 고유의 정체성이자 대한민국 IT의 자존심이었던 ‘한글’과 ‘컴퓨터’라는 단어를 과감히 뗐다.
한컴은 이날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명 변경을 공식 발표했다. 문서 처리 기업이라는 국한된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됐다.
한컴의 역사는 국내 사무용 소프트웨어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나라 기업의 프로그램이 전 세계를 휩쓸 때도 토종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을 지키며 국내 시장을 사수한 저력이 있다.
다만, 기술의 패러다임이 PC에서 모바일 그리고 AI로 옮겨가면서 시장 내외에서 체질 개선을 요구받기도 했다.
한컴의 AI 부각은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시대 흐름에 발맞춰 번역, 음성인식 등 다양한 AI 관련 기술을 접목한 광고 등을 꾸준히 선보이며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황정민 모델 기용 광고를 기점으로 한컴의 AI 전략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진화했다.
문서 작성을 돕는 보조적 수단에서 벗어나 정교한 데이터를 스스로 생성하고 원하는 정보를 찾아 업무를 조율하는 ‘AI 에이전트’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광고 속 ‘AI 오케스트레이션’ 언급은 여러 기술을 하나로 연결해 거대한 시너지를 내겠다는 비전인 셈이다.

이같은 비전의 실체는 간담회에서의 ‘소버린 에이전틱 운영체제(Sovereign Agentic OS)’ 기업 전환이라는 메시지로 드러났다.
소버린 에이전틱 OS는 조직 내부의 민감한 데이터와 외부의 다양한 AI 모델, 그리고 기존의 업무 시스템과 권한 체계를 하나의 안전한 환경에서 연결하고 통제하는 통합 AI 에이전트 플랫폼이다.
한컴은 새로운 운영체제로 기업과 기관이 데이터 주권을 지키면서도 AI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지휘자 역할을 자처했다.
사명 변경에 맞춰 프로덕트 정책도 쇄신한다. 트기 오랜 기간 이어온 ‘연식제’ 패키지 발매를 ‘한컴오피스 2024’를 마지막으로 종료한다.
주기적인 패키지 발매가 아닌 AI 기능 고도화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형태로의 서비스 진화 구상이다.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AI 생태계에 올라타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컴은 첫 글로벌 타깃으로 유럽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선다.
세계에서 개인정보보호법(GDPR)과 인공지능법(AI Act)이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유럽은 기술의 편리함만큼이나 ‘AI 주권’과 ‘데이터 보안’ 요구도 제도화된 곳이다.
자체 데이터 통제권을 보장하는 한컴의 소버린 AI 기술이 유럽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 유럽 현지 파트너 3곳과 양해각서 체결을 앞뒀다고 밝힌 한컴은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한글과컴퓨터’라는 이름은 한국어 문서 처리의 표준을 만든 위대한 출발점이었지만, 한컴이 다루는 영역은 문서를 넘어 데이터로, 컴퓨터를 넘어 AI 에이전트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로 확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주권과 AI 실행 환경을 완벽하게 통합 제공하는 소버린 에이전틱 OS 기업으로서 한컴의 새로운 36년을 힘차게 열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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