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결재 없인 불가능"…스타벅스 '탱크데이' 실무진 책임 논란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논란’ 마케팅을 둘러싸고 업계 안팎에서 책임 구조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사는 대표급 임원을 전격 교체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작 실무 라인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 실무자 개인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마케팅 실무 직원 조사중 … 사실상 직무배재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최근 논란이 된 ‘탱크데이’ 이벤트와 관련된 마케팅 실무 직원 일부를 사실상 직무배재 시킨 뒤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공식 사과문을 내고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논란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8일 자사 앱에서 탱크 텀블러 시리즈를 판매하며 5월 18일을 ‘탱크데이’로 내세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라는 표현을 쓴 것이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장갑차와 전두환 신군부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컬러 탱크 텀블러 세트와 탱크 듀오 세트 홍보 문구로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이 내놓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해명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면서 비판 여론은 커졌다.
정치·역사적 상징성이 큰 날짜에 군사정권을 연상시키는 단어와 문구가 동시에 쓰인 만큼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커지자 스타벅스코리아 손정현 대표는 같은 날 경질됐다.

“실무자 단독 판단 어려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한 명의 실수’로 축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통상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시즌·이벤트 마케팅은 실무 담당자가 초안을 만들더라도 팀장 검토와 브랜드 부서, 운영 부서 등의 사전 승인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무 사원이 문구를 만들 수는 있어도 실제 행사 배포와 노출까지 가려면 최소 팀장 이상 검토가 들어간다”며 “특히 전국 브랜드에서 민감한 표현이 걸러지지 않았다는 건 검수 체계 자체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초 기획자가 대리급 실무자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다만 스타벅스 측은 현재까지 실무 담당자 직급이나 참여 인원 등에 대해서는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통 이런 이벤트는 실무자가 기획안을 올리고 팀장이 수정한 뒤 최종 결재를 받는다”며 “결국 시스템 전체 문제인데 특정 직원 개인 책임으로만 몰고 갈 경우 조직 리스크 관리 실패라는 본질이 가려질 수 있다”고 했다.

대표는 해임…실무진 징계는 변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논란 직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급 임원의 계약을 종료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문책 인사를 단행했다. 임원은 계약직 성격이 강한 만큼 여론 악화 시 비교적 빠른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실무 라인에 대해서는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벅스코리아 내부 실무자 상당수는 정규직 직원인 만큼 이번 논란만으로 해고나 중징계를 결정하기 쉽지 않아서다.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관련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 절차에 들어갔지만 징계 수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서는 대기업 인사 체계상 중대한 고의성이나 반복적 문제 여부 등이 확인되지 않으면 정직·감봉 수준 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있다. 노동법상 정규직 해고 요건도 엄격한 편이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한정판 텀블러와 키링, 다이어리 등 굿즈 마케팅으로 충성 고객을 끌어모아왔다. 시즌 행사마다 오픈런이 벌어지고 인기 상품에는 웃돈이 붙을 정도로 흥행했지만, 이번 5·18 논란은 화제성과 굿즈 판매에 치우친 마케팅이 역사·사회적 맥락을 놓치면 언제든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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