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게임 홍수 시대 ‘기술’보다 중요한 건 ‘재미’ [줌인IT]

게임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는 'AI'다. 단순히 NPC 대화 패턴을 고도화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게임의 핵심 재미 요소로 삼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AI라는 이름만 붙인 저품질 게임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IT 전문지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생성형 AI' 태그를 단 게임은 2024년 약 1000개 수준에서 2025년 7월 기준 7500개를 넘어섰다. 1년 만에 약 700% 급증했다. 하지만 숫자가 늘어난 만큼 이용자 피로감도 커진다.
스팀과 모바일 앱스토어에는 이른바 '슬롭(Slop·저품질 콘텐츠)'으로 불리는 AI 양산형 게임이 범람하고 있다. AI가 만든 단순한 코드와 생성형 이미지를 조합한 수준의 게임들이다. AI 활용 자체를 홍보 포인트로 내세우지만 정작 게임성은 빈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용자 반응도 냉담하다. 리크리트 게임즈는 AI 영상 공모전을 열었다가 '리뷰 폭탄'을 맞았다. 네오위즈 역시 'P의 거짓' 후속작 채용 공고에서 AI 크리에이터를 모집하자 "결국 AI가 창작자를 대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이용자들은 AI 기술 자체보다 결과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반면 크래프톤 산하 렐루게임즈의 '미메시스(MIMESIS)'는 이용자들로부터 전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해당 게임은 AI를 단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AI가 플레이어의 목소리와 행동을 실시간으로 학습해 아군인 척 행동한다. 거짓말까지 한다. 이용자는 누가 진짜 플레이어인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AI 기술 자체보다 AI가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심리전이 게임의 핵심 재미가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AI를 썼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AI를 활용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재미를 만들었느냐의 유무다. 유저는 AI를 보기 위해 게임에 접속하지 않는다. 이용자의 선택은 AI 기술이 아닌 재미일 뿐이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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