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금, 왜 농협은행에서만 받을까"…18년 독점 배경은

문룡식 기자 2026. 5. 1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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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7조원 매출 규모에도 시중은행 도전 소극적
전국 점포망 갖춰 오프라인 격차 뚜렷…차기 사업 전망도 긍정적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은행 본사 건물. [사진=NH농협은행]

NH농협은행이 무려 18년 간 국내 로또복권 당첨금 지급처 역할을 독점하며 자금대행사업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금고와 주요 기관 주거래은행 자리를 놓고 시중은행이 막대한 출연금까지 베팅하며 사활을 건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풍경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로또복권의 자금 관리와 당첨금 지급을 담당하는 자금대행은행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농협은행 본사는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찾아가야 하는 곳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2·3등 당첨금 역시 농협은행 전국 지점에서 지급한다.

로또복권은 2002년부터 시작됐다. 도입 초기에는 KB국민은행이 첫 자금대행사업자로서 복권 열풍을 주도했다.

당첨금 지급처가 NH농협은행으로 바뀐 것은 2008년부터다. 복권 사업자가 2·3기 '나눔로또'에서 현재의 4·5기 '동행복권' 컨소시엄으로 바뀌는 변천사 속에서도 금융 주관사 지위만큼은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수성을 이어왔다.

복권 사업자는 5년마다 재선정한다. 현재 5기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의 사업 기간은 오는 2028년까지다. 즉 농협은행은 이 기간까지 자금대행사업자 지위를 보장받은 셈이며,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20년 간 사업 참여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복권 사업 매출액은 한해 7조원이 넘는다. 대규모 민간 자금을 굴리는 사업임에도 농협은행이 장기간 자금 담당 은행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중은행의 저조한 관심이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수익성이 썩 크지 않다는 점이다. 수조원대 자금을 굴리는 만큼 이에 따른 금융 수익과 수수료를 쏠쏠히 챙길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복권은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인 만큼 철저한 통제를 받아 실상은 조달 대행에 가깝다.

매주 판매대금이 정기적으로 들어오지만, 토요일 추첨 직후부터 당첨금으로 막대한 자금이 빠져나가는 구조다. 당첨금을 제외한 남은 판매금 대부분은 복권기금 등 공익기금으로 전출되기 때문에 은행이 이 자금을 장기로 운용해 수익을 남길 여지는 제한적이다.

되레 복권 사업자 입찰 과정에서 참여 컨소시엄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대행 수수료율은 소수점 아래 단위까지 낮아져 채산성은 더욱 떨어진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 비용과 리스크 부담도 시중은행이 신규 사업자로 선뜻 발을 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복권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을 다룰 수 있는 별도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한 매주 고액 당첨자를 대면하며 보안 책임을 져야 하는 등 업무 부담도 있다.

시중은행으로서는 일시적인 예수금 확보와 수수료 수익보다는 비용 지출과 업무 리스크 등에서 손익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지난 2018년 4기 사업자 선정 당시 상황은 시중은행의 로또 사업 진출 고충을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복권 수탁사업자가 나눔로또에서 동행복권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당시 동행복권 컨소시엄은 금융 파트너로 우리은행과 손을 잡았다. 반면 기존 자금대행사업자였던 농협은행은 이전 파트너였던 나눔로또 컨소시엄에 잔류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정작 사업권을 따낸 동행복권은 우리은행과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협의 과정에서 지분 참여와 비용 분담, 수수료 분배 등에서 이견이 발생했고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결렬됐기 때문이다.

대안을 찾던 동행복권은 농협은행과 손을 잡았고 현재까지 구조가 이어져 오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당시 당첨자 지급 편의를 위해 동행복권에서 농협은행에 사업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며 "농협은행이 이를 수용해 대행 계약을 체결했고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로또 독무대가 쉽게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복권 사업은 판매와 지급 등 오프라인 업무 비중이 큰데, 농협은행은 전국 주요 거점에 촘촘한 점포망을 갖춰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 국내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1064개로 600~700개 수준인 시중은행보다 훨씬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국적인 영업망을 기반으로 한 소비자 접근성은 차기 사업자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