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운명의 날…초유의 파업 사태, 쟁점과 전망은

서종갑 기자 2026. 5. 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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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21일 총파업 예고
2차 사후조정 2일차 “간극 좁혀”
21일 파업 D-2…합의안 나오나
불발 시 정부, 긴급조정권 수순
추가 파장 차단, 노조엔 불리할 듯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팹(Fab·공장) 조업 중단 위기를 가를 ‘운명의 19일’이 밝았다. 노조원 찬반 투표 등 남은 절차를 고려할 때, 이날까지 노사 간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노조로서는 파업 강행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를 주축으로 한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의 총파업을 일찍이 예고해왔다. 현실화할 경우 단 하루의 조업 중단만으로도 천문학적 타격이 예상되는 데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국가적 위기감마저 감돈다. 중앙노동위원장이 “간극을 좁혀가는 중”이라며 막판 타결의 불씨를 지피고 있으나 노사 간 쟁점이 팽팽해 최종 결론은 짙은 안갯속이다. 벼랑 끝 대치 속 숨 가쁘게 돌아갔던 그간 상황과 남은 쟁점을 짚어본다.

HBM 주도권 잡을 골든타임에 셧다운 위기

파업의 불씨는 올 3월 임금 교섭 결렬에서 시작됐다. 노조는 지난달 23일 대규모 평택 집회를 기점으로 ‘조합비 일괄 공제(체크오프)’ 체제를 선언하며 공세를 본격화했다. 정밀 공정이 필수인 반도체 라인은 필수 인력 공백 시 즉각적인 조업 차질이 불가피한데 전체 반도체(DS) 부문 인력(약 7만 8000명)의 절반을 넘는 5만 명가량이 파업 동참 의사를 밝히며 셧다운 우려가 고조됐다.

시점도 주요 변수다. 삼성전자는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사들과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휴렛패커드(HP), 애플 등 주요 글로벌 고객사들이 파업 사태로 인한 공급 여력에 문의가 없는지 물어오기도 했다. 자칫하면 주요 빅테크 고객의 주문 물량을 경쟁사에 넘길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지난 14일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선제적으로 조절하는 ‘웜다운(Warm-down)’ 비상 체제를 가동했다. 노조의 파업 움직임이 가시화한 상태에서 생산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공장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해외 출장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6일 귀국해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등 경영진이 사태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과급 배분 샅바싸움과 ‘노노 갈등’

막판 타협의 최대 쟁점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산정 방식’과 ‘상한선 폐지’ 문제다. 노조는 투명한 보상을 명분으로 올해 예상 영업이익(약 300조 원 추정)의 15%를 고정 재원으로 할당하고 연봉 50%로 제한된 성과급 상한선을 전면 철폐해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새로운 타협안을 제시했다. 기존 OPI 상한선을 3년간 한시적으로 폐지하는 방안과 함께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 원을 돌파할 경우 영업이익의 9~10% 수준을 특별 포상으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는 미래 투자 여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측의 입장을 일축하며 이를 거부했다.

외부 여론과 내부 갈등도 변수다. 삼성전자가 올 3월 10일 16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는 상황에서 노조의 대규모 성과급 요구에 대해 450만 소액주주 단체 측의 반발과 법적 대응 예고가 나왔다. 여기에 노조 집행부의 ‘블랙리스트’ 작성을 위한 개인정보 무단조회 의혹 관련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도 변수 중 하나다. 교섭에서 소외된 모바일·가전(DX) 부문 조합원 4000여 명이 탈퇴를 신청하는 등 내부 진통도 이어지고 있다.

최후의 보루 ‘긴급조정권’, 강제 조정 초읽기

반도체 팹이 멈출 경우 재가동을 위한 수율 회복 기간까지 감안하면 직간접적 경제 손실은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율적 타결이 난항을 겪으면서 사태의 공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로 넘어가고 있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산업통상부 장관이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와 관련해 “노동조합법상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중노위원장의 의견 청취 절차가 필수적이다”며 “최근 중노위원장이 직접 나서 교섭을 주재한 일련의 과정 자체가 긴급조정을 위한 사전 명분 쌓기 수순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실제 긴급조정권이 발동돼 강제 조정 절차에 돌입하고 최종 조정안이 나오면 노사 양측 모두 이를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법적 구속력이 발생한다”며 “이는 끝까지 자율 협상을 통해 요구안을 관철하려던 노조 측에 상당한 압박이자 불리한 카드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예고 시점을 사흘 앞둔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정부 중재로 성과급 갈등을 둘러싼 마지막 협상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날 2차 사후조정이 열린 중노위 조정회의장으로 각각 들어가는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 연합뉴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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