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할 때 갚겠다” ...‘황당’ 차용증·꼼수증여, 부동산 탈세 정조준
부동산 탈세 혐의자 127명 세무조사
주택 취득액 3600억, 탈루액 1700억
자금원천 집중 분석...증여·소득세 추징

30대 초반 사회 초년생인 A씨는 최근 위례신도시의 시가 20억원대 아파트를 소액 담보대출만 받아 매수했다. 부족한 자금 대부분은 상가 건물주인 부친에게서 빌렸다. 하지만 국세청이 차용증을 살펴봤더니 원금 상환시기를 부친 사망 시점으로 정하고, 이자도 만기에 한꺼번에 지급하기로 하는 등 통상적인 계약과 다른 내용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대출 규제를 피해 부모로부터 고액 자금을 빌리는 이른바 ‘부모찬스’ 거래를 포함해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부동산 탈세혐의자 127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주택시장은 지난해부터 서울·수도권 일부 선호지역과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며 지역·가격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재개된 이후 매물감소와 가격 상승 기대감이 확산되며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출없이 현금으로만 부동산을 취득하는 ‘현금부자’ 거래와 부모로부터 고액 자금을 빌려 대출규제를 우회하는 거래가 늘고 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국세청은 이 같은 시장 변화를 고려해 탈세 검증이 필요한 거래 유형을 선별하고 탈루 혐의자 총 127명을 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의 주택 취득 규모는 3600억원, 탈루금액은 1700억원에 이른다.
우선 대출규제를 우회한 현금부자와 사인 간 채무 과다자 30여명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대기업 종사자인 30대 자녀 B씨와 배우자 C씨는 교육 여건이 좋은 서울 강남의 시가 30억원 수준의 아파트를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공동 매입했다. B씨는 신고 소득에 비해 고액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국세청은 B씨의 부친이 아파트 취득 직전 해외주식 약 30억원어치를 매각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국세청은 자녀 부부의 고가 아파트 취득자금 출처와 부친의 해외주식 매각자금 사용처를 확인해 편법 증여 여부를 철저히 검증할 방침이다.
상환 능력이 부족한 자녀가 부모와 허위의 채무 계약을 맺고 위례 지역 고가 아파트 취득자금을 편법으로 증여받은 사례에 대해서도 증여세 탈루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시세 차익을 노리고 고가 아파트를 추가 매입한 다주택자 30여명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2주택자인 D씨는 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의 한강 뷰 고가 아파트를 대출없이 30억원대에 매수했지만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분석 결과 D씨는 중견기업 대표인 부모로부터 아파트 취득자금은 물론 취득세·수수료 등 부대 비용까지 편법으로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나났다. 그는 3주택을 보유하면서 최근까지 2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D씨의 다주택 취득 과정과 자금 형성 과정의 탈세 여부를 빈틈없이 검증해 증여세를 추징할 계획이다.
시장 과열 조짐을 보이는 서울 지역의 주택을 취득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30여명도 조사한다. 농산물 도소매업자 E씨는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서울 광진구의 아파트 매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억 원의 예금을 자금 원천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분석 결과 E씨는 농산물 유통·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매출을 신고 누락한 자금으로 주택을 취득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소득 누락 혐의가 있는 관련 사업체까지 조사대상으로 선정하고 탈루한 소득세를 추징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10월 1차 전수검증에 나섰던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취득자에 대해서도 추가 세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변칙증여, 우회거래 등 편법을 이용한 세금 회피 시도를 예외없이 적발하고 부당 가산세(40%)를 부과해 탈세 유인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사업자대출을 악용해 고가아파트를 취득한 자에 대해서도 하반기부터 전수검증에 나선다. 대출금 부당 유용에 따른 탈세 뿐만 아니라 사업체 전반의 탈루 여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탈세 위험이 높은 이상거래를 적시 포착해 탈세가 확산되지 않도록 초기 단계부터 적극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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