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적자 사업부도 인당 성과급 10억… 산업계 ‘N% 청구서 공포’ 확산

김호준 기자 2026. 5. 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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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우위시대’의 그늘
사측대로 해도 메모리부문 17억
무임승차·도덕적 해이 등 악영향
섣부른 타결로 마무리땐 대혼란
중기·공공부문까지 확산될 경우
美 디트로이트 몰락 재현 가능성
“파업 막아야 나라가 산다” : 삼성전자 노사 2차 사후조정이 재개된 19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 총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백동현 기자

총파업 위기를 앞두고 삼성전자 노사가 진행 중인 성과급 협상이 ‘섣부른 타결’로 마무리될 경우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려 놓은 핵심 가치인 성과주의 원칙을 무너뜨려 산업계 전반의 대혼란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요구대로 적자 사업부에 대한 수억 원대 성과급이 이번 협상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이 같은 요구가 타 업종은 물론이고 중견·중소기업과 공공부문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 시행으로 노조의 쟁의 범위가 확대되고 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까지 제한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조 우위의 사회가 더욱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로 진행 중인 사측과의 성과급 협상에서 적자 상태인 시스템LSI(설계)·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성과급을 최대한 많이 주기 위한 안건을 고집하고 있다.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 이 중 70%를 반도체(DS) 부문 전체에 똑같이 나눠주고, 나머지 30%는 실적에 따라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영업이익의 9∼10%를 재원으로 활용하되 부문 전체 60%, 사업부별 40%로 나누자는 안을 내놓고, 3년간 유지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증권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46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토대로 3년간 성과급을 사측안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흑자인 메모리사업부는 직원 한 명당 평균 약 17억4000만 원, 적자인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 직원들도 평균 9억9000만 원을 받을 전망이다.

재계는 이처럼 적자 사업부에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하면 ‘무임승차’ 모델을 양산하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적자 사업부 직원들에게 수억 원대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 부문 전체 성과급 비율을 높일 경우 ‘임직원 동기부여’라는 성과급의 본질적 기능이 사실상 형해화되기 때문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스스로를 반도체연구소 소속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블라인드 게시판에 “만년 적자를 내는 시스템 LSI, 파운드리가 부문 재원으로 메모리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아가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정작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제대로 챙겨주려면 최소 부문 30%, 사업부 70%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HD현대중공업·삼성바이오로직스·카카오 등 산업계 전반으로 영업이익 N% 성과급 지급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줄파업 우려는 물론 산업계 전반의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신규 채용 축소와 고용 불안 등 부작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 자동차 산업 몰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레거시 코스트’(Legacy Cost·누적 고정비 부담)가 우리나라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레거시 코스트란 노사 협상 과정에서 누적된 임금·성과급·복지 비용이 기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압박하는 구조를 뜻한다.

김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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