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기엔 너무 비싸졌다”… 제주 다시 찾는 중화권 여행객들
장거리 항공권 흔들리자 근거리 체류형 급부상… 달라진 관광 공식

항공권 가격이 오르면서, 가장 먼저 줄어든 건 먼 거리 여행이었습니다.
유럽은 망설여졌고, 미국은 부담이 커졌습니다.
길어진 비행시간과 높아진 비용은 여행의 설렘보다 피로를 먼저 떠올리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반대로 가까운 여행지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짧은 연휴에도 다녀올 수 있고, 이동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하며, 체류 만족도까지 챙길 수 있는 곳들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 흐름 안에 제주가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처럼 ‘국내 관광지 제주’라는 접근과는 다릅니다.
중화권 시장에서는 제주를 ‘멀지 않은 해외형 여행지’로 바라보는 분위기도 조금씩 강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제주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가 대만·중국·홍콩을 중심으로 중화권 현지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제주 관광이 내세우는 건 화려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거리감입니다.

■ ‘유명한 곳’보다 ‘덜 지치는 여행’
관광시장의 분위기는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코로나 직후에는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면서 ‘멀리 떠나는 것 자체’가 소비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은 훨씬 현실적으로 움직입니다.
환율 부담은 커졌고, 국제 유가는 다시 흔들리고 있습니다.
장거리 항공권 가격은 빠르게 높아졌고, 긴 이동 자체를 피곤하게 느끼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는 이전처럼 관광지를 많이 찍고 오는 방식보다 ‘짧아도 만족감이 있었는지’, ‘내 취향과 맞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제주 관광 마케팅도 방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자연경관 중심 홍보에 머물지 않고, 미식(Food Tourism)과 웰니스(Wellness), 러닝, 자전거 같은 체류형 콘텐츠 비중을 빠르게 키우고 있습니다.
실제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대만 타이베이 화산1914에서 열린 K-관광 로드쇼에서 감귤초콜릿 만들기와 전통주 시음, 감귤 디저트 체험 등을 운영했고 현장에는 긴 대기줄이 이어졌습니다.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습니다.
대만 MZ세대들은 직접 만들고, 맛보고, 사진과 영상으로 남길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에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짧은 일정 안에서도 바로 경험할 수 있고, 자기 취향에 맞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입니다.

■ ‘멀리 한 번’보다 ‘가깝게 자주’
홍콩 전략은 더 직접적입니다.
제주관광공사는 제주-홍콩 노선을 겨냥해 ‘부담 없이 언제든 떠나는 자유여행’, ‘주말 제주 여행’을 콘셉트로 온라인 마케팅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는 최근 홍콩 관광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예전처럼 긴 휴가를 계획해 멀리 떠나는 방식보다, 짧은 일정 안에서 바로 움직일 수 있는 근거리 여행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항공료 부담이 커지면서 여행객들은 이동시간과 비용, 체류 피로도까지 이전보다 훨씬 민감하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제주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런 변화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3일 일정으로도 다녀올 수 있고, 자연과 미식, 휴식 콘텐츠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근거리 자유여행 시장과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제주를 찾은 중화권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증가했습니다.
대만 관광객은 110%나 급증세를 보였습니다
중국 본토보다 대만과 홍콩 같은 근거리 자유여행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 제주의 경쟁 상대는 국내 관광지가 아니다
그렇지만 관광객 수가 늘었다고 바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관광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제주가 경쟁해야 하는 상대도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국내 다른 지역이 아니라 오사카일 수도 있고, 후쿠오카일 수도 있습니다.
상하이 근교 리조트나 동남아 저가 항공 패키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결국 중요한 건 “왜 지금 제주를 선택해야 하는가”를 실제 체류 경험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주관광공사가 이번 중국 항저우 로드쇼에서 웰니스와 체류형 관광, 러닝위크와 미니벨로 자전거 콘텐츠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관광시장도 이전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얼마나 멀리 다녀왔는가보다, 짧은 일정 안에서도 이동 부담이 덜했고 실제 체류 만족도가 있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고유가가 이어질수록 이런 흐름은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제주 입장에서는 오히려 근거리 여행지로서의 경쟁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제주관광공사 역시 이번 중화권 마케팅에서도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제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고유가로 항공료 부담이 커지는 시기에 중화권은 제주가 가진 근거리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며 “지역별 트렌드에 맞춘 관광 마케팅을 통해 중화권 관광객 유치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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