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개미들이나 사라”…韓 증시서 84조 던진 외국인 ‘뭉칫돈’ 몰린 곳
AI·조선·전력기기 성장성이 매수 배경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도 저변에 깔려

올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85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내던진 가운데, SK·두산·한화 등 주요 지주사는 오히려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사업 성장성과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9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84조9270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주사에는 정반대의 흐름이 이어졌다. SK를 6095억원 순매수한 것을 필두로, 두산에 5605억원, 한화에는 3584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CJ(1449억원), LG(939억원), HD현대(785억원), 효성(180억원)에도 매수세가 이어졌다.
외국인 지분율 변화에서도 이런 기류가 뚜렷이 읽혔다. SK는 지난해 말 26.95%에서 지난 15일 기준 29.78%로 올라섰고, 두산은 14.98%에서 18.89%로, 한화는 16.99%에서 21.91%로 각각 뛰어올랐다. LG(35.07%→36.11%), CJ(14.39%→16.70%), 효성(18.95%→20.31%)도 마찬가지였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의 핵심 동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의 산업 구조적 성장성을 지목한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순 업종 순환매가 아니라 각 지주사가 보유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산업 구조 성장성이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HD현대의 경우 조선·전력기기·건설기계·선박서비스 부문 자회사들이 성장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배당 확대와 브랜드 로열티 수익 증가 가능성이 투자 매력으로 부각된 것으로 보여진다.
SK는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 차입금 감축 효과, SK에코플랜트를 중심으로 한 AI 인프라 사업의 가치 상승 가능성 등이 투자 근거로 제시된다.
여기에 정책 환경의 변화도 지주사 재평가를 뒷받침하는 변수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지주사 주식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와 지배주주-일반주주 간 이해충돌 우려로 순자산가치(NAV) 대비 저평가 상태가 지속돼 왔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와 소수주주 권익 강화 흐름이 맞물리면서, 이른바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점진적으로 좁혀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는 저평가된 자회사 주가를 활용한 불리한 합병이나 중복 상장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자회사 가치가 지주사 가치에 보다 온전히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지원 AX콘텐츠랩 기자 g1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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