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프고 설사 잦은데도 “장염이겠지”… 젊은층 위협하는 염증성 장질환

복통과 설사가 반복되면 흔히 장염이나 과민성장증후군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증상이 수주 이상 이어지거나 혈변, 체중 감소, 항문 통증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 염증이 생겨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질환으로, 대표적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있다.
5월 19일은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이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포함한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올바른 치료법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국제 기념일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가 쉽지 않고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이어가면 증상을 조절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국내 환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크론병 환자는 약 3만5000명,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약 6만2000명으로 보고된다. 과거에는 서구권에서 흔한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식습관과 생활환경 변화, 진단 증가 등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환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학업, 취업, 사회생활이 활발한 젊은 연령대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모두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지만 침범 부위와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나 염증이 생길 수 있고, 장벽 깊은 층까지 염증이 파고드는 경우가 많다. 복통, 설사, 체중 감소, 발열, 항문 주위 농양이나 치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대장과 직장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혈변과 점액변, 잦은 배변, 복통 등이 주요 증상이다.
문제는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장 안의 염증까지 완전히 가라앉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환자는 설사나 복통이 줄면 병이 조절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장 점막에 염증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재발 위험이 커지고, 장 협착이나 누공, 입원, 수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최근 염증성 장질환 치료의 목표는 단순한 증상 완화를 넘어 장기적인 질환 조절로 확장되고 있다. 치료의 핵심은 장의 염증을 낮추고 증상이 없는 상태인 '관해'를 오래 유지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과거에는 복통과 설사, 혈변 같은 임상 증상 개선이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내시경 검사에서 장 점막의 염증이 호전된 상태인 '내시경적 관해'가 주요 치료 목표로 강조된다. 더 나아가 조직검사상 염증 호전까지 포함하는 '깊은 관해' 개념도 중요해지고 있다.
내시경적 관해는 향후 질환 악화와 수술 위험을 낮추는 장기 치료 결과와 관련이 있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겉으로 느끼는 증상만으로 질환 상태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치의와 상의해 정기적인 혈액검사, 대변검사, 내시경검사 등을 통해 염증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인식 차이도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와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연구에 따르면, 환자는 주로 '증상 완화'를 기준으로 관해를 판단하는 반면 의료진의 약 65%는 객관적 검사 결과와 내시경 소견을 기준으로 관해를 정의했다. 또 환자 중 60% 이상은 점막 치유, 즉 내시경적 관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과 실제 장 안의 염증 상태가 다를 수 있는 만큼, 치료 목표를 의료진과 충분히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대한장연구학회 회장인 정성애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 개선만으로 질환이 조절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근에는 내시경적 관해를 포함한 더 깊은 수준의 질환 조절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환자와 의료진이 '관해'의 개념을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충분한 소통과 공유 의사 결정을 통해 환자 개인의 삶까지 고려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기간 약물치료와 생활 관리가 함께 필요한 질환이다. 약물치료에는 염증 조절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표적치료제 등이 환자의 질환 양상과 중증도에 따라 사용된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면 재발 위험이 커질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스트레스, 수면 부족, 흡연, 불규칙한 식사 등도 질환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한편,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을 맞아 관련 제약사들도 질환 인식 개선 활동에 나서고 있다. 한국얀센은 환자의 질환 관리와 의료진과의 소통을 돕기 위한 '인사이드림'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질환 설명, 증상 기록, 치료 목표 설정 등을 담은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를 배포해 환자와 의료진 간 공유 의사 결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원종혁 기자 (every8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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