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재혼으로 합쳐진 가정… 내게 축복처럼 나타난 누나[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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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작은누나와 통화를 하고 난 후, 나는 마치 청량음료를 마신 것처럼 힘을 얻었습니다.
어버이날이라 하늘공원에 가서 어머니를 잠시 뵙고 오는 길에 작은누나에게 안부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머니가 제 아버지의 첫사랑 상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작은누나를 처음 대면하고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철부지인 쌍둥이 동생과 막냇동생을 자상하게 챙겨주던 어머니와 작은누나를, 하느님이 저희에게 선물로 보내주신 천사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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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작은누나와 통화를 하고 난 후, 나는 마치 청량음료를 마신 것처럼 힘을 얻었습니다. 어버이날이라 하늘공원에 가서 어머니를 잠시 뵙고 오는 길에 작은누나에게 안부 전화를 드렸습니다. 팔순을 넘긴 지금까지도, 언제나 다정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저를 대하는 누나를 보면, ‘어쩌면 저렇게 한결 같을 수가 있을까?’하고 매번 놀랍니다.
내가 열세 살 때 엄마를 여의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에 깊이 젖어들어 있을 무렵 작은누나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작은누나는 열여덟 살 때까지 무남독녀로 살다가, 저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어머니와 단둘이 살다가, 어느 날 낯선 남자가 새아버지가 되고, 언니와 오빠가 생기고, 세 명의 남동생이 생겼습니다. 몹시 당황스러워할 만한데도 의외로 그 일련의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어린 저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어머니가 제 아버지의 첫사랑 상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작은누나를 처음 대면하고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아마도 저보다 네 살이나 많은 누나는 그때 이미 아버지와 어머니의 첫사랑 사연을 알고 있었겠지요?
어머니가 아버지의 첫사랑이 아니었다면, 지독히도 가난한, 4남 1녀가 있는 집에 새엄마로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외삼촌과 외숙모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은누나를 데리고 저의 집에 오셨습니다. 두 분의 사랑의 깊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를 가늠하기에 저는 너무 어린 열네 살이었습니다.
작은누나는 난생처음으로 대하는 아버지와 큰누나에게 항상 공손했었습니다. 형님과 동갑이라 형님과의 사이가 많이 어색했을 터인데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태연한 척해 보이는 작은누나를 보며, 저도 모르게 새엄마와 작은누나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누나보다 불과 2개월 먼저 태어난 형님이 누나와의 사이를 어렵게 느꼈었지요. 철부지인 쌍둥이 동생과 막냇동생을 자상하게 챙겨주던 어머니와 작은누나를, 하느님이 저희에게 선물로 보내주신 천사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막내 보곤이가 대학생이 될 때까지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않고 “저기요, 저기요”라고 불러 우리 모두가 한동안 난감했었지요. 얼마 전에 사촌들 모임이 있었는데, 그날도 돌아가신 어머니와 작은누나가 천사라고 모두 입을 모아 칭찬을 할 정도였습니다.
내가 예순을 목전에 둔 어느 날, 오랜만에 서울 누나 집에 가서 어머니를 뵈었습니다. 어머니 곁에서 자고 난 다음 날 새벽에 집 앞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택시를 누나가 잡아 주었었지요. 누나와 다정하게 작별인사를 나누고 택시에 탔습니다. 얼마 안 가서 그 택시기사가 백미러를 보며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혹시 방금 헤어진 그 여자가 손님의 애인이십니까?”라고. 저는 정색을 하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애인이 아니고 네 살 위 작은누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는 한 번 더 힐끗 내 얼굴을 쳐다보고는, 두 사람 얼굴이 전혀 닮지 않았다고 말하며,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누나가 워낙 동안이라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첫사랑 이야기, 제가 열네 살 때 누나와 처음 대면했을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제야 내 말을 믿었습니다.
동생 김정곤(의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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