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몫' 깨졌다…양육 인식 첫 역전
반대 34%…양육 책임 인식 역전 신호
맞벌이·정책 변화가 만든 돌봄 재편
여전한 중립 32%…합의는 아직 진행형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8일 발표한 ‘제20차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는 집에서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이 34.12%로 집계됐다. 같은 문항에서 동의 응답은 33.83%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반대 비율이 앞서는 결과가 나타났다. 관련 인식 조사가 공개된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유지돼 온 기존 구도가 변화한 것이다.
세부 응답을 보면 ‘반대한다’ 27.86%, ‘매우 반대한다’ 6.26%로 나타났으며, ‘동의한다’는 26.91%, ‘매우 동의한다’는 6.92%였다. 강한 찬반 비율은 여전히 유사하지만, 전체 합산에서 미묘한 균형 이동이 발생한 점이 특징이다. 주목할 부분은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2.05%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양육 책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맞벌이 가구 증가, 육아휴직 제도 개선 등 구조적 요인과 맞물려 있다. 국가데이처처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맞벌이 가구 비중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돌봄의 주체를 특정 성별에 고정하기보다는 가족 구성원 간 분담 또는 사회적 지원으로 확대하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책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 확대,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공공 보육시설 확충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제도는 ‘엄마 중심 돌봄’이라는 인식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경력 단절 우려, 직장 문화, 돌봄 인프라 지역 격차 등이 존재해 인식 변화가 행동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가치관 전환의 초기 신호’로 본다. 돌봄을 개인이나 특정 성별의 책임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가 함께 부담해야 할 영역으로 인식이 이동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중립 응답 비중이 높은 점을 근거로, 세대·소득·가구 형태에 따라 인식 격차가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양육 책임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재편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며 "정책, 노동시장, 가족 구조 변화가 맞물린 가운데 ‘누가 아이를 돌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쓰이고 있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