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주문했다고? "호주, 핵잠 꿈 깼다" [여의도 Pick!]
호주·영국·미국 3국 안보 협력체인 오커스(AUKUS)가 출범 3년 만에 심각한 좌초 위기에 빠졌습니다. 미국의 핵잠수함 생산능력이 자국의 수요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락한 가운데 호주에 핵잠수함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사실상 공수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안보전문 매체 19FortyFive는 ‘오커스의 잠수함 계약은 현실과 동떨어진 계산을 전제로 하고 있다’라며 서방의 잠수함 산업 붕괴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오커스 협정에 따르면 호주는 2030년대 초 버지니아급 잠수함 3~5척을 인도받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 조선산업 역량으로는 이 일정을 맞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미국은 AUKUS 계획을 충족하기 위해 연간 2.3척 수준의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생산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처참합니다. 미국 조선소의 실제 생산량은 연간 1.2척에 불과합니다. 목표치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 같은 생산 정체는 호주에 잠수함을 넘기는 계획뿐 아니라 미국 해군 자체의 전력 유지도 쉽지 않은게 현실입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보고서에서 "잠수함 생산 지연이 해마다 악화되고 있으며 산업 회복 시점도 불투명하다"고 경고했습니다. 미 해군 잠수함 사령관 달릴 코들 제독 역시 "연간 2척 안정 생산은 빨라야 2030년대"라고 공개 시인했습니다. 이 발언은 기존 호주 핵잠수함 일정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법은 자국 해군 전투 준비태세를 저하시키는 경우 동맹국에 잠수함을 이전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호주에 잠수함을 넘겨줄 여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일각에서는 잠수함 소유권을 이전하는 대신 미국 잠수함이 호주 항구에 순환 배치되는 방식으로 협정 내용이 대폭 수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비판론자들은 오커스 협정의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의 잠수함 산업 기반은 냉전 이후 수십 년간의 투자 부재와 인력 유출로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상태입니다.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공급망 확대, 인력 충원, 생산 시설 분산, 인공지능 기반 병목 관리, 취약 하청업체 직접 지원 등 여러 조치가 추진됐죠.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영국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영국 의회 조사에서는 "영국 잠수함 가용률이 위험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결국 오커스는 세 나라 모두의 조선 산업이 동시에 기적을 이뤄야만 작동하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호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에 운용 중인 콜린스급 잠수함은 빠르게 노후화되고 있어 2030년대 심각한 전력 공백이 우려됩니다. 그 사이 오커스에 쏟아붓는 비용은 2050년대까지 최대 2450억 달러(약 36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도 정작 잠수함은 받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산업적 취약성은 중국과의 경쟁 구도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중국은 국가 보조금, 통합 공급망, 낮은 인건비, 산업적 조율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이 따라가기 어려운 속도로 상업·군사용 선박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커스는 서방 산업 기반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백승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